5월은 흔히 ‘가정의 달’이라 부르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이어지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이 이름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따뜻함과 안식의 공간이어야 할 가정이 오히려 갈등과 고립, 심지어 파괴의 현장이 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예로, 캘리포니아에서 70대 한인 보석상 대표가 아내와 딸에 총격을 가한 극단적 선택이다. 또한 아틀란타에서 발생한 50대 한인 치과의사가 오랜 세월 안정된 직업과 청년회의소, 민주평통 간사 등 사회적 지위를 유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정불화 끝에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다.
이러한 비극적 사건들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충동적 범죄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깊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의 부모 세대를 떠올려 보자. 이민 1세대로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자녀를 위해 자신의 꿈을 내려놓고 헌신했을 것이다.
아들을 치과의사로 키워내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말이 이러한 참혹한 비극으로 귀결되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그 부모의 심정은 원망과 슬픔,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탈함으로 뒤엉켜 있을 것이다.
윗 사건들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가정은 다시 회복될 수 없는가?
우선 현대 가정의 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보자. 1) 성공 중심 사회와 관계의 붕괴이다. 현대 사회는 철저히 ‘성과’와 ‘성취’를 기준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한다.
좋은 직업, 높은 소득, 사회적 지위가 곧 성공의 척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관계, 즉 가족 관계는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이민 사회에서는 생존과 성공이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된다.
부모 세대는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기 쉽다. 즉, 함께 보내는 시간, 감정의 교류, 인격적 이해 등이다. 결국 자녀는 “성공한 개인”이 될 수는 있어도,“건강한 관계를 맺는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2) 소통의 단절과 정서적 고립이다.
현대 가정의 또 다른 특징은 ‘함께 살지만 대화하지 않는’ 구조이다. 각자의 방, 각자의 화면, 각자의 세계, Social Media 등⋯.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가족은 물리적으로는 가까이 있으나 정서적으로는 멀어져 간다. 3) 가정 기능의 상실이다. 전통적으로 가정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해 왔다.
보호와 양육의 기능, 정서적 지지와 가치 전달 등$.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점점 외부로 이전되고 있다. 교육은 학교로, 상담은 병원으로, 여가는 외부활동으로, 가정은 “함께 잠만 자는 공간”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 기능을 잃은 가정은 더 이상 가정이라 할 수 없다.
둘째로 그렇다면 무너진 가정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가? 1) 먼저 개인적인 나는 가정, 국가, 인류의 중요한 구성원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우선 가족과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대화하자. 하루 10분이라도 “다시 말하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판단 없이 들어주는 태도, 감정을 표현하는 용기 등, 이것들이 회복의 첫 걸음이다. 2) 가족간에서는 시간의 배치와 함께하는 시간을 회복하자. 주위의 가족을 관심, 사랑, 배려, 책임을 가지고 돌아보자.
말하자면, 아틀란타와 캘리포니아의 비극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가정은 무너질 수 있지만 다시 세워질 수도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나는 좋은 부모였는가? 나는 좋은 배우자였는가? 나는 좋은 가족 구성원이었는가? 이 질문 끝에 “나는 완전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하자. 그리고 오늘부터라도 한 마디의 따뜻하고 진심 어린 대화,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 가정을 다시 살려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도 가정이 희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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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화/전성결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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