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큰 이유로 꼽아 이혼커플들 늘며 “해봤자” 회의론 확산

경제적 이유 등으로 결혼을 미루는 40대 이후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한빛교회에서 열린 한인문화축제 프로그램 하나로 열린 금혼식 장면.
샌디에고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 중에 결혼을 하지 못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3년 전 한국에서는 꿈도 희망도 포기한 ‘7포 세대’가 사회문제가 되었고 급기야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결혼과 자녀까지 포기하는 소위 N포 세대는 비단 젊은 청년들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샌디에고에 정착하고 있는 일부 40대 이상 중장년층들도 결혼과 자녀를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 결혼을 포기한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이유다.
미라메사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한인 남성 L씨는 “14년 전에 이민을 와 샌디에고에 정착했다”고 밝힌 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한인이 운영하고 사업체에 취직을 했지만 각종 페이먼트 내느라 저축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혼을 조건으로 맞선 자리에 몇 번 나갔지만 그 때마다 경제력을 묻는 상대 여성으로 인해 쓸쓸하게 돌아선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아예 결혼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소렌토 밸리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후반 한인 여성 K씨도 경제적 이유가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여성은 “동반자의 자격조건이 경제력”이라며 “나이가 들어 함께 힘들어 고생하면서 경제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도 나이가 들었음에도 경제적 여력이 미흡하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결혼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이혼’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지역 한인 커뮤니티에 있는 한인 부부들의 이혼 이야기는 더 이상 가십거리가 못 된다.
이혼이 늘어나자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들에게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에스콘디도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극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보고 있으면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위안이 될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미라메사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여성 L씨도 같은 이유에서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다.
L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있는 언니 중 한 분이 얼마 전 이혼했다”며 “(이 언니가)이혼소송을 하기 전에 결혼 생활을 지속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까지 겪는 것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으로 결혼을 진작에 포기했다”고 한 후 “50 가까이 혼자 살면서 가끔 외로울 때도 있지만 이제는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해져 결혼해 같이 산다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안하는 것은 20~30대 젊은 층도 마찬가지다. 이들 세대들 역시 경제적 이유가 결혼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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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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