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트보니것 지음 이영욱 옮김 문학동네 발행 244쪽| 1만3,000원
문학동네제공소설읽을때‘손맛’을주는작가가있다. 인물들이툭툭던지는유머에키득거리다보면어느새갈등이전개되고있고,다시냉소섞인농담에맞장구치다보면이야기는새국면에닿는다. 어떤식으로든반전이있어야소설이끝난다는확신이들때쯤이면눈(目)은읽고있는페이지와읽어야할페이지를오간다. 마침내읽을분량이2,3장남게되면이걸잡은손의쾌감은극도에달한다. 블랙유머의대가커트보니것(1922~2007^사진)은이런손맛을아는작가다. 마크트웨인의계승자이자무라카미하루키, 더글러스애덤스등수많은작가들에게영향을준그는‘미국최고의풍자가’란수식어답게소설곳곳에냉소와유머를심는다. 작품집‘멍청이의포트폴리오’는그의대표작‘마더나이트’(1961), ‘제5 도살장’(1969) 등이출간되기전인1950년대에쓴글을모은책이다. 소설여섯편, 에세이한편, 미완성소설한편을담아작가사후인2012년아마존의전자책으로처음나왔다.책의첫머리에실린‘‘소심한’과‘멀리떨어진곳’사이에서’는보니것스타일의전형을담은단편이다. 죽은아내를그리워하는젊은화가데이비드가죽었다살아난사람들의이야기를듣게되면서펼치는에피소드는반전과허무개그로끝을맺는다. 신혼, 중년, 노년의세커플이런던에서파리로가는기차안에서겪는에피소드를그린‘파리프랑스’는미래가창창할젊은소설가의내공을담뿍담고있다. 표제작‘멍청이의포트폴리오’는이책에서가장따뜻한이야기다. 주식포트폴리오매니저인화자가양부모의급사로재산을물려받게된신학대학생조지를만나며겪은에피소드를그린다. ‘돈의소중함을모르는멍청이’란첫인상은, 보니것특유의‘반전의반전’으로끝난다. 여자마음을알리없는십대소년의삽질을담은‘강가의에덴동산’이남자의심리를탁월하게묘사한다면, (연애에서)남자의삽질은나이를가리지않는다는걸보여주는‘스노우, 당신은해고예요’에서는여성의심리를설득력있게보여준다. 콜럼버스항해500주년을맞아1992년쓴에세이‘마지막태즈메이니안’에서담은일화는‘가짜뉴스’가시대를초월한문제였음을고백하고있어흥미롭다. ‘나치가강제수용소희생자들의시체에서모은지방으로비누와양초를만들었다는것역시사실이아니다.나도소설‘마더나이트’를통해그이야기를퍼뜨리는데한몫했고, 냉철한사실수집가들로부터받은편지의양은내가잘못된내용을유포하고있다고설득하기에충분했다. 내탓이로소이다, 아멘.’군더더기없이깔끔한문장이라이트급권투선수의몸짓을연상케한다. 짧고빠른펀치처럼풍자와반전을잽싸게교차하는이야기는, 어느네티즌의평처럼‘(웃고있는)얼굴주름만큼이나뇌에도주름을’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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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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