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때 아닌 눈도 내리고 몹시도 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죽은듯한 나뭇가지에 파랗게 새싹이 움트고 있다. 앞마당 감나무 가지 끝에도 움이 트고 있다. 때가 되면 다시 살아나는 생명을 볼 때 자연의 힘은 참으로 경이롭다.
지난달, 집 앞에 서있던 큰 나무 두 그루를 잘라냈다. 바람이 몹시 불 때면 혹시라도 집을 덮칠까 걱정이 되곤 했는데 나무를 다 잘라내고 뿌리까지 파내고 보니 집 마당이 시원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그마한 꽃나무, 또는 이왕이면 과일나무 몇 그루를 심으려한다.
몇 년 전에 막대기같이 생긴 감나무를 사다가 마당 한쪽에 심고 정성껏 거름도 주고 물을 주니 그 이듬해에 잎사귀가 나고 꽃이 많이 피었는데 바람 부는 날 밤에 꽃이 다 떨어졌다. 그 다음해에 꽃이 만발하고 꽃 밑에 조그마한 감이 생겼다. 너무나 신기해서 들락날락하면서 감나무 앞에 서서 지켜보았다. 감이 점점 크면서 익어가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신기했다. 늦가을이 되어 추수감사절 때 감을 따서 세어보니 38개가 아닌가. 그래서 모두 따서 큰 쟁반 위에 올려놓고 좀 더 단맛이 나도록 기다렸다. 보름쯤 기다려서 식구들과 함께 맛을 보게 되었는데 어찌도 맛이 단지, 단감을 심은 것이 이토록 기쁨을 주리라 생각도 못했다.
작년 봄에는 따닥따닥 붙어있는 감꽃을 보면서 “감아! 감아! 금년에는 더욱 애써서 감을 100개만 맺어주렴” 하면서 감나무를 쓰담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손녀가 “감아! 감아! 나는 네가 200개를 주면 좋겠다”해서 깔깔 함께 웃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가을에 두 번째 수확을 해서 감을 따서 세어보니 165개였다. 키가 크지도 않은 조그마한 나무가 그 많은 감을 자기 몸에 매달고 그 뜨거운 여름 날을 지날 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토록 조그마한 나무도 자기 구실을 충실히 해 내는데 벌써 4월인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과일나무를 심는 것이 올해 계획 중의 하나이니 이번 봄에는 부활절 방학 때 딸과 손녀를 데리고 농원에 한 번 가보려 한다. 앞마당에 봄이면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울긋불긋하게 과일이 열린다면 얼마나 보기 좋고 즐거울까를 상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열심히 심고 가꾸면서 부지런한 삶을 이어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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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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