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하루를 정해 세 시간씩 12번에 걸쳐서 8명의 그룹이 에니어그램이라는 성격 테스트 과정을 이수했다. 에니어그램이란 사람마다 유전처럼 타고난 성격을 연구한 이론으로 고대의 수사들이 연구하던 내용을 후대의 심리학자들이 발전시켜서 나는 누구인지 내 자아는(Ego) 어떤성향인지를 분석해 놓은 학설이다.
에니어그램에서는 인생에서 활력을 얻는 원천인 힘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성향을 크게 머리형, 가슴형, 배형으로 나눈다. 머리형은 힘의 중심이 뇌와 신경계에 있는 사람들로 심사 숙고형이고, 가슴형은 심장과 순환계에 있기 때문에 감정과 정서를 중요시하며, 배형은 하복부와 소화계에 있어서 본능과 습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 세 유형은 다시 각각 세개씩 분열되어 결국 총 9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1.완벽형 2.돕는형 3.성취형 4.낭만형 5.지식추구형 6.안전형 7.모험형 8.권위형 9.평화주의형으로 구분된다. 모든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 중 한가지 유형의 성격을 가지게 되고, 각 성격은 좋은 쪽으로 통합하며 발전될 수도 있고, 나쁜 쪽으로 분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호기심 속에 우리들은 세번의 긴 설문 조사를 했고, 테스트 결과를 받은 한사람 한사람 탄성을 지르며 쪽집게 무당처럼 자기를 알아냈다고 흥분해하고 신기해 했다. 나는 3번 성취형의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
성취주의자는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성공을 꿈꾸기 때문에 항상 열정을 다하고, 효율을 중시하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위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데 능숙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미지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유형이다. 깊게 배울수록 마치 누군가 나에 대해 정리해 놓은 것같이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나에 관한 학설이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막연히 알아왔던 내 자아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투명하게 알게되는 감동적인 시간들이었다. 우리들은 자기도 자기를 모르며 긴 세월을 갈등하며 살아 왔다. 나만 모르는게 아니라 내형제 내남편 내자식 모두 서로의 성격을 모른채 오해하며 싫어하며 미워하며 싸우며 살아간다.
어렸을때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 늘 가출을 꿈꾸며 살았고, 천생연분이어야 할 남편은 천생원수같이 생각했는가 하면, 내 자식들은 내게서 사랑을 못 받아 상처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친구도 너무 가까이 지내다 보면 저 애는 왜 내 맘하고 다를까? 갈등되고 어느 누구 하나 내 맘과 딱 맞아 떨어지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웠다. 나는 동그란데 왜 이 애는 삼각형이고 저 애는 사각형일까? 어떤 사람은 오래 같이 있어도 즐겁고 시간 가는줄 모르겠는데 어떤 사람은 조금만 같이 있어도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이렇게 안 맞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갈등하며 때로는 극복해내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어야 했었던가.
에니어그램을 통해 성격유형별로 특징을 배우고 그들의 장점과 단점, 근본적인 관심의 차이에 대해 배우고 나니 갑자기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돈이 없어도 맘에 드는 그림은 꼭 사야했던 낭만형이었던 내 남편이 이해가 가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끊임없이 섭렵하는 취미를 가진 지식추구형 내 사위가 더욱 이해가 간다. 그리고 남들 기분 따지느라 확실하게 일처리를 못해서 답답하게 보였던 누군가는 아마도 9번 평화주의자였을 것이고, 힘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눈길도 안주고 도도했던 그녀는 아마도 권위주의자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껏 마음 한편에 꼬인 채로 묻어뒀던 다양한 인간관계들이 실타래 풀리듯 하나씩 내 마음에서 풀려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의 성격을 살짝 옅보았을 뿐인데도 많은 것이 연상되며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창조주가 다 다른 색깔과 성질로 만들어 무지개 색깔처럼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원하셨나? 서로 다른 우리 모두는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어우러져야 할 귀중한 독립적 존재들이다.
그리고 은퇴한 후 지금까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나 자신이 왜 그러는지를 알게 되었다 . 나는 오늘도 사진반, 우쿠렐레반, 사군자반 등을 다니며 나 자신을 성취 시키기 위해 열심히 배우는 것은 물론 오랜 노력 끝에 아직 잘 하지는 못하지만 노인들에게 피아노도 가르치게 됐다. 그런데 그들의 배우는 기쁨보다 내 재능 기부로 그들에게 기쁨을 주는 성취감에 내가 더 기쁜 나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금이나마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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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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