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태어나 구입한 사운드 북을 둘째가 잘 활용하는 시기가 왔다. 사운드 북은 책에 버튼이 달려 있어 누르면 소리가 나는 책들이다. 가장 잘 활용하는 책들은 주로 동요 책으로 동요 가사와 적절한 그림들이 섞여 있어 버튼을 누르고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를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어릴 때에는 엄마가 함께 옆에서 열심히 불러주면 아이가 참 좋아한다.
최근 한국에서 친구가 와서 새로운 사운드 북을 선물로 받았는데, 예전에 내가 듣고 자란 노래들과 새로운 노래들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나는 속으로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노래에 /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섬집 아기’다. 여기서 아기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슬퍼졌다. 텅 빈 집에 남아 재워주는 사람 없이 외롭게 바닷소리를 듣고 잠이 들다니. 그것도 혼자다. 아이를 이렇게 남겨두고 굴 따러 가야 하는 고된 생계의 슬픈 상황은 차치하고, 이게 말이나 되나.
미국에도 이런 경악 또는 놀랄 만한 내용의 동요가 없는 게 아니다. 가장 유명한 자장가인 ‘rock-a-by baby’는 나무에 있던 아기 바구니가 바람에 흔들리다 가지가 부러져 떨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내용이다. 이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런 노래들을 듣고 놀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부모가 된 후 세상을 보는 기준, 사물과 상황을 해석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동요를 듣다가 슬퍼지고,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은 내가 엄마가 되고 생긴 큰 변화 중에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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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고운/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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