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 아닌데 나이아가라 폭포는 세 번 갔다 왔다. 30년 전쯤, 이민 온 지 1주일 만에 가족과 함께 다녀왔고, 그 후 5년 정도 지났을 때 한국에서 친정어머니가 오셔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다시 함께 가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딸보다 더 감성적인 분 이어서 도중에 들렀던 뉴욕의 야경, 자유의 여신상 유람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브로드웨이, 워싱턴 광장, 월스트리트 등 가는 곳마다 감동하셨다. 8시간여를 차로 달려가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는 마치 바닷물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쏟아지면서 어머니를 어서 오라고 반기는 것 같다고 하면서 감탄하셨다.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그때 구경하셨던 곳들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시며 두고두고 이야기하신다.
올해는 오랜만에 딸과 함께 다시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 갈 기회가 생겼다. 노래를 좋아하는 딸이 작년에 이곳 워싱턴 지역 한인 축제 때 가요경연대회에 참가해서 우승했는데, 상품으로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 티켓을 탄 것이다. 세 번째 가는 나이아가라 폭포여서 그런지 비로소 제대로 다녀온 것 같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미국과 캐나다 양쪽에서 다 구경할 수 있어서 감회가 더 깊었다. 우리 모녀는 헬기를 타고 창공에서 미국과 캐나다 양쪽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여행의 참 멋을 한껏 누렸다. 지상을 내려다보며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변화무쌍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와 생태계의 기원은 언제부터 비롯되었을까. 한순간이나마 여행은 이런 존재의 근원적인 것을 생각해보게도 한다. 우주의 모든 생성과정이 너무나 질서정연한 원리와 어떤 불가시적인 절대불변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달으며 내 존재의 필연성과 지극히 사소함을 동시에 느끼게도 한다.
문득 나이아가라 폭포의 형태가 처음부터 지금 같았을까? 아니면 어떤 변화과정을 거쳤을까? 궁금해서 여행을 다녀온 후 자료조사를 해봤다. 뜻밖에도 나이아가라 폭포는 약 5만 년 전, 지구의 나이가 젊었던 지질연대 초기에 거대한 얼음장이 녹으면서 이 폭포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거대한 얼음이 밀려나면서 그 밑에 있던 땅덩어리가 융기하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녹아내린 얼음물은 거대한 호수를 만들어서 오늘날의 이리 호와 호수 주변의 저지대를 이뤘다. 폭포는 원래 현재 위치에서 북쪽으로 7마일 떨어진 지금의 르위스턴(Lewiston)에 형성됐었다.
그러나 침식작용으로 인해 오늘날 폭포는 캐나다와 미국의 37마일 국경선으로 양분되는 나이아가라 강 가운데에 있게 되었다고 한다.
관광버스가 캐나다 국경을 넘어가는 과정은 여권만 보여주면 통과되는 간단한 절차였다.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건너간 캐나다는 나이아가라 강 바로 건너편의 관광지여서 그런지 미국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고, 맑고 깨끗하고 한적했다. 과거에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여서 인지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이다. 듣던 대로 캐나다 쪽의 폭포가 훨씬 더 장관이었다.
밤에는 폭포 근처에서의 불꽃놀이가 폭포와 어우러져 환상적이었고, 이른 아침 나이아가라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기분이 딴 세상에 온 듯 모든 것이 새롭고 상쾌했다. 면세점에 들러 선물을 샀는데 캐나다 금액으로는 $56.30이고 미국 달러로는 $43.31이었다. 환율이 1:1.30인 셈이다.
초여름의 맑은 날씨, 우리 모녀 외에 한국에서 여행 온 열 두 명의 일행, 그리고 여행사 직원의 친절한 안내로 참 유쾌한 여행이었다. 여행도 어느 시기에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즐거운 정도가 다른 것 같다. 지금도 눈 감으면 나이아가라 폭포가 환하게 보이는 듯하고, 한여름의 소낙비 소리처럼 아득히 멀리서 폭포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천둥이 우는 소리’라는 뜻이라더니 과연 걸맞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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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희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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