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 정파, 전쟁, 난민 겪은 뒤 번영…세계 유명 도시보다 빠른 성장세
▶ 기후 변화는 두바이 최대의 위협…당당하게 맞서 생존과 번영 모색 나서
■내일을 여는 수상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어떤 걱정도 없이 그 미래를 감당할 것이다” 모하메드 알 게르가위의 말이다. 그는 향후 50년 동안 두바이가 나아갈 길을 설계한 사람이다. 그는 이 도시의 어느 최신 호텔의 화려한 회의실에 놓인 커다란 탁자 한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웨이터가 데이츠와 견과류가 놓인 3단 큐레이트 스탠드를 가져왔다. 큐레이트 스탠드를 알 게르가위의 앞에 내려놓는 웨이터의 손이 불안하게 떨렸다. 알 게르가위는 두바이 최고의 권력자 중 한 사람이고, 쉐이크 모하메드의 측근이자 자문이기 때문이었다. 이 도시 국가의 세습 군주인 쉐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가 속한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의 수상이기도 하다.알 게르가위는 “우리에게는 UAE와 두바이에서 해내야 할 사명이 있다. 이 지역은 고통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 지역은 엄청난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증오와 종파, 종교로 인한 전쟁, 인종 청소, 난민들이 있는 곳이다.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다 겪었다. 그것들이 대충이나마 정리된 다음에야 당신네 외국인들이 두바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도시는 번영과 젊음, 다양성과 세계 시민주의의 상징과도 같아 보였다. 택시 운전사들은 비번인 날에는 스카이다이빙을 즐긴다. 특별한 날에는 공무원들과 화이트칼라 전문가들이 화려한 호텔들을 가득 채운다. 러시아 올리가르키(과두 경제 지도자)에서부터 인도 사업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길이 6m의 롤스로이스를 타고 오는 것이다. 쇼핑몰과 거리도 소속된 민족의 전통 의상을 입은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로 붐빈다. 상호 관용의 정신이 그야말로 손에 잡힐 듯이 즐겁게 느껴진다.
지난해 초, 쉐이크 모하메드는 내각을 개편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제트팩을 탄 두바이 소방관이나 헬리패드에서 벌어지는 테니스 경기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는 내각에 기후변화환경부 장관, 행복부 장관, 청소년 장관(장관 나이가 22세) 자리를 신설했다. 내각 장관이었던 알 게르가위의 직함은 내각 미래부 장관으로 바뀌었다. 이는 그 목적을 분명하게 선언하는 조치였다. 그는 여러 가지 감투를 맡아 왔지만 지난 13년간은 국유 투자전문회사 두바이 홀딩의 회장으로도 재직했다. 그는 여기서 여러 호텔 체인, 부동산, 원격통신 사업 등에 투자했다. 이제 그는 두바이의 미래를 기획하는 데 온 시간을 다 쓰고 있다. 그는 마치 전도사 같은 말투로 말했다. “오늘 나는 무척이나 흥분되어 있다. 미래로 멋진 여행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미래를 보고 느낄 것이다.”
두바이는 어지간한 도시에서는 100년 걸리는 일을 50년 만에 처리했다. 두바이는 과장 광고 및 홍보에도 뛰어난 면모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 말만큼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약 300만명의 인구를 지닌 두바이의 현재 모습을 보면 확연하지 않은가. 두바이는 수 백 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진주 무역에나 사용되던 한적한 항구에 불과했다. 알 게르가위가 3살이던 1966년, 새로 생긴 두바이 석유회사가 이 해안에서 석유를 발견했다.
엔지니어들이 이 석유를 캐내는 동안에도 게르가위가 다니던 학교에는 전기가 안 들어왔다. 음료수도 녹물이었던지라 천으로 여과해서 마셨다. 게르가위는 “옛날에 여긴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고 회고한다. 우리가 지금 와 있는 해안 호텔은 과거 천연두 환자 요양원 자리였다고 한다. “당신은 공항에 내려서 여기까지 8차로 고속도로 ‘쉐이크 자예드’를 타고 왔지만 내가 처음 쉐이크 자예드에 갔을 때는 그냥 모래언덕 위의 비포장도로였다.”
두바이는 기후 변화에 위협받으며 국제무대에서 빠져나와 낡은 기술에 매달리기보다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계획은 간단하다. 기존의 도시 생활 메카니즘을 현대 사회가 직면한 위험에 맞서는 플랫폼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혁신을 수출하는 것이다. 도시가 기계라면 두바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기계를 만들고, 그 설계를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판매할 것이라는 얘기다. 감시 단체인 에너지 정책 연구소의 데이빗 포머란츠 사무국장은“두바이는 기후 변화를 번영에 대한 현존하는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기술적 가능성이라는 퍼즐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두바이는 ‘미래 박물관’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흰 천으로 덮인 파빌리온에 임시로 개장되었으며, 영구 전시관이 완공되면 그 곳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개장 때는 360도 사이클로라마에서 동영상이 상영되었다. 2050년의 시점에서 뒤돌아본 두바이의 과거 역사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동영상이었다. 내레이터의 다음과 같은 대사가 아랍어와 영어로 나온다.“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는 절멸의 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파괴의 불꽃이 화면을 메운다. 마천루들이 모래 속에 파묻히고,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나며 숲이 폐허로 변해간다. 내레이터의 대사는 계속된다. “그러나 UAE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신속하게 나아가 다른 나라가 이제껏 본 적도 없는 성과를 이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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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 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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