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려 리스 연장 못해 비즈니스 잃고
▶ 수만달러 훔쳐간 절도 피해에 비자만료로 추방 위기까지
수만달러를 잃는 절도 피해에다가 비자만료로 추방될 위기, 임대 재계약이 꼬이면서 새 비즈니스 장소를 찾아야 하는 오클랜드 한인 부부의 딱한 사연에 도움의 손길이 닿고 있다.
지난달 31일 보도된 이스트베이 익스프레스(East Bay Express) 인터넷판에 따르면 오클랜드에서 헨리스 갤러리 카페(Henry’s Gallery Cafe)를 운영하는 정용수, 박정숙씨는 지난 4월 국토안보부로부터 유효한 이민신분의 사업주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추방될 수 있다는 편지를 받았다. 5월에는 카페 리스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카페 건물주의 날벼락 통고도 이어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달아 불행이 겹쳐왔다. 6월에는 절도범들이 정씨의 아파트에 침입해 현금 4만달러에다가 결혼 예물까지 훔쳐가면서 삶의 의지를 무참히 꺾어버리는 잔인한 사건까지 당했다.
2007년 아들의 교육을 위해 오클랜드로 이민온 정씨 부부는 17가와 프랭클린 스트리트에 위치한 샌드위치점 헨리스 갤러리 카페를 일주일에 7일 오픈하며 쉬지 않고 일했다. 2007년 맺은 5년간 임대계약에 5년 연장 옵션이 끝나갈 무렵인 지난해 10월과 올 4월 건물주로부터 새 비즈니스 장소를 찾으라는 말을 들었으나 정씨가 매월 임대계약이 가능하며 이것이 최종 통보가 아니라고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1세대 이민자들이 그렇듯 영어소통이 불편한 정씨는 국토안보부가 비자갱신을 위해 요구한 임대증명서 사본을 발급해줄 것을 건물주에게 요청했으나 건물주는 리스가 연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짓 임대증명서를 발급해달라는 것으로 오해하면서 건물주의 입장이 더 강경해진 것이다.
1년 더 임대 연장이 가능할 줄 알았던 정씨는 임대계약 마지막날인 7월 31일까지 카페를 비워달라는 건물주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져 건물주에게 ‘법정에서 보자’고 말했다. 정씨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건물주에게 곧바로 사과했지만 건물주는 “나를 협박하려 한 시도를 좋게 볼 수 없다”면서 “이민신분에 따라 임대계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땅이 꺼질 듯한 깊은 시름에 빠졌던 정씨에게 불운이 이어졌다. 6월 15일 하루의 긴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찻주전자 속에 숨겨 놓은 현금 4만달러뿐 아니라 TV, 여권, 비자서류, 예물 등 모든 것을 도둑 맞은 것이다. 정부보조 저소득층 아파트에 사는 정씨는 절도범이 침입하던 날 아파트 건물에 설치된 보안카메라가 부서졌다면서 경찰에 신고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 사례를 상담한 홍욱선 BALI(Bay Area Legal Incubator) 변호사는 “사업증명서 없이 E-2비자를 갱신할 수 없는 정씨에게 2개월 전 퇴거를 공식 통보한 것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나 임대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한 건물주의 결정은 합법적”이라면서 “정씨가 도난당한 물품들이 실제로 정씨의 것이라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찾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씨 가족은 미국에 온 후 한번도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2010년 장인어른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이들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비자를 잃은 위험을 감수하며 한국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씨 카페의 고객인 에이미 뉴먼과 그녀의 남편인 브렌트 누르다는 1년 안에 새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면 비자는 만료되고 그후 본국으로 추방될 것이 뻔한 정씨 부부의 딱한 사연을 듣고 홍 변호사, 재 김 등 한인들과 정씨를 연결시켜주며 희망의 불씨를 마련해주고 있다. 뉴먼이 UC샌디에고에 재학중인 정씨 아들의 학비 1만5,000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고펀드미(GoFundMe) 캠페인을 시작한지 한달만에 약 1만3,000달러가 모금됐다.
뉴먼과 누르다는 이어 정씨가 새 비즈니스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몇몇은 GoFundMe 페이지에 새 사업장소로 적합한 후보지에 대해 글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오클랜드의 렌트비가 폭등함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기존주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렌트비 상승으로 타 지역으로 떠나게 되고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외부 자본이 유입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헨리스 갤러리 카페 자리는 텔레그래프 38가에 위치한 ‘Beauty’s Bagels’가 건물주와 렌트 계약을 맺었으며 내진 공사 등 업그레이드를 마친 후 내년에 입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영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