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러싱제일교회 ‘손에 담긴 삶의 이야기’출간

손을 주제로 사진과 인생 이야기를 담은 ‘손에 담긴 삶의 이야기’ 책을 펴낸 후러싱제일교회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책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왼쪽부터 디자인을 맡은 중․고등부 담당 이용지 전도사, 사업협의회장 이배욱 권사, 평신도 대표 이흥용 장로, 김정호 담임목사.
75∼98세 교인 91명 손 사진·인생 이야기 담아
한인 2세들,1세들 이야기 감동 영어번역 지원
한 사람이 걸어온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읽혀지는 ‘손’을 주제로 사진과 이야기를 엮은 책 ‘손에 담긴 삶의 이야기’가 화제다.
특히 1세와 2세가 함께 참여해 열매를 맺어 세상에 나온 이 책은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서 비롯된 소통부족으로 이산가족처럼 살고 있는 한인 이민가정에서 단절된 세대를 이어주는 새로운 연결고리가 될 것이란 기대 덕분에 한인 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책의 발간은 후러싱제일교회(담임목사 김정호)가 올해 사순절에 80세 이상 교인들의 손을 촬영해 개최한 사진 전시회가 발단이 됐다. 사진전을 둘러보던 영어권 2세들이 크게 감동 받아 관심을 가지면서 1세들의 인생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영어 번역을 자원하고 나서 책까지 펴내게 된 것.
김정호 담임목사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울퉁불퉁 구부러진 손 때문에 악수도 제대로 하기 힘든 한 교인의 손을 보며 ‘이 손은 그냥 손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십자가는 끔찍한 사형집행 도구였지만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온전한 사랑의 증거가 된 것처럼 손에 잡힌 주름은 고난과 사랑의 십자가였다.
‘이 손이 바로 동포사회를 일으키고 이민 가정을 지키며 교회의 오늘을 있게 만든 손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손 사진전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책자 발간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2세들이 자발적으로 이야기를 첨부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해준 것이 너무나 감동이고 감사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손 사진전의 계기를 제공한 주인공은 이 책의 표지 사진 모델로도 등장한다.
책에는 75세부터 최고령자인 98세까지 교인 91명의 손 사진과 짧은 인생 이야기가 영어와 한국어로 실려 있고 마지막에는 후세대를 향한 축복과 당부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 책의 영문 제목(Story Hand : Our Korean-American Journey)에서 ‘스토리 핸드’는 번역하면 ‘약손’이다. 이는 어루만지는 손으로 체온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험을 뜻한다.
편집 디자인을 맡았던 중․고등부 담당 이용지 전도사는 “각각의 손에는 개인적 삶의 고난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역사와 더불어 한인 이민사회의 역사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이 이 땅에서 얼마나 노력하며 살았는지 그리고 왜 이곳 플러싱이 ‘이민 1번지’인지를 많은 2세들이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에 영문 번역과 책자 발간에 자발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신도 대표인 이흥용 장로는 “이민 와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느라 자녀들이 자라는 동안 제대로 대화도 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75~98년 세월의 기나긴 인생이 달랑 몇 줄로 요약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그 안에 잠재된 귀중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협의회장인 이배욱 권사도 “이 책이 전 세대와 다음 세대의 연결고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가는 과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회는 위대한 삶의 유산 남기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손 사진전과 책자 발간이 그 첫 프로젝트였고 웃는 얼굴 촬영, 믿음의 유언장 작성하기, 교인 이름 새기기, 자신의 장례예배 영상 남기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또한 언어의 장벽을 없애도록 이중 언어로 모든 행사와 예배를 진행하고 1세와 2세가 함께 옥상에 화단을 만드는 도시 농장도 준비 중이다.
총 2,200권을 인쇄하고 13일 오후 3시30분 교회 예배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여는 교회는 한인 이민교회가 전 세대와 다음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로서 사명감을 가져 주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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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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