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도시 계획과 설계를 전공하는 내내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주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사회문제인 젠트리피케이션은 어느 한 지역이 인기를 얻게 됨에 따라,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외부의 자본이 부동산으로 유입되어 급격히 고급화하면서 원래 그 공간을 형성하고 지켜온 지역주민과 주변 영세 자영업자들은 렌트비 상승으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오피스가 위치한 오클랜드 도심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주차장이었던 공간은 고층건물로 증축되고 언제부터 비어있었는지 모를 공간들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주상복합 콘도미니엄, 커피숍이나 레스토랑들로 하나둘 채워지는 추세이다. 우버가 인근에 들어온다는 소식 이후 이런 주변의 변화는 가속화되어가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 도시 재생과 원래 주민들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동해온 비영리단체나 영세업자들이 운영해온 작은 가게들은 하루가 다르게 오클랜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 TV 채널 JTBC가 방영한 “알쓸신잡”에서도 경주 황리단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떠한 시도도 실패한 그리고 역사 속 여러 지역에서 반복되어 온 문제라고 말한다. 결국엔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조례제정을 통해 지역사회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탁상공론으로만 들린다.
얼마 전 누군가가 퇴거통지를 받아 오랫동안 하던 비즈니스를 접고 오클랜드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온 가족의 20년 넘는 이민생활의 노고가 담긴 비즈니스를 떠난다 하니 그들이 느낄 충격과 상실감은 실로 상상하기 어려웠다. 불현듯 얼마 전 한국뉴스에서 본 명동, 종로 그리고 신촌 일대 번화가의 많은 수의 빈 가게자리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곳의 모습을 먼 훗날 오클랜드로 대입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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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 비영리단체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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