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름나물 드실 줄 아세요?” 이웃집 친구가 물었다. “아주 잘 먹어요” 했더니 다음날 힘들게 심고 가꾸어온 비름을 깨끗이 다듬고 데쳐서 한 움큼 가지고 왔다.
고향 냄새가 진한 비름에 된장과 마늘, 파와 들기름을 넣고 무쳐서 양푼이에 담았다. 잡곡밥을 넣고 쓱쓱 비벼 오이소박이를 앞에 놓고 딸과 마주앉아 “맛있다”며 한바탕 먹고 나니 배가 바람 든 풍선 같았다.
한국이 가난하고 서럽던 시절 많은 추억들을 담고 있는 비름은 각종 비타민과 특히 베타카로틴 오메가3가 많아 피를 맑게 하여 치매예방이 되고 해독작용을 하므로 관절염과 간을 건강하게 하며 나트륨을 배출 시킨다고 한다.
한국이 지지리도 가난하던 60여 년 전만해도 쑥, 냉이, 비름 등 들과 야산의 식물들은 서민들의 반찬이며 주린 배를 채워주던 식품이었다. 국내에서 또는 해외에서 모두가 땀 흘리고 일하며 그 지긋지긋 하던 ‘보리 고개’ 라는 단어를 사라지게 한 그때는 나날이 근대화 되어가는 조국을 보며 꿈과 희망을 갖던 시절이었다.
도불습유(道不拾遺) 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백성이 배부르고 나라가 태평하면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가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있다. 배고픔에서 시작된 장발장의 기구한 운명처럼 지나친 가난은 각종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음식물이 넘쳐나는 세상만을 보며 전쟁이 없는 편한 시대를 살아온 젊은이들은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 가난의 서러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가난에 찌든 조상들을 보고 전쟁을 겪으며 억세게 살아온 나이든 세대를 만나면 통하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그 세대가 이제는 뒷방 늙은이가 되어 힘든 이민 생활하고 있는 자녀들의 살림을 도와주며 불편한 몸이지만 한 평의 땅이라도 놀리기 아까워 텃밭을 일구고 각종 채소를 재배한다.
만날 적마다 밝게 웃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틈틈이 가꾸어 온 먹거리들을 나눌 줄 아는 소박한 친구들이 있어 낯선 나라 땅이 그리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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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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