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아픈 역사가 배경이 된 ‘ 군함도’ 와 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 해변에 고립된 연합군의 철수라는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 한 ‘덩케르크(Dunkrik)’ 였다. 두 영화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희망이라는 출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었지만 표현 방식은 많이 달랐다.
‘군함도’ 에서는 그들을 유린한 자가 그동안 믿고 의지했던 같은 조선인이어서, 숨기고 싶었던 민낯을 마주할 때처럼 무겁고 불편했다. 일본의 만행에 대한 비판보다 부역자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듯한 영화를 보며 불편한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군함도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유일한 희망이 섬에서의 탈출이라는 역사 속 현실을 슬픔으로 느끼는 까닭이다.
반면 ‘덩케르크’ 에서는 한 사람의 빛나는 영웅을 내 새우기보다는 덩케르크 해변에서의 긴박한 상황에만 집중하여 전쟁을 대하는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차분하게 그렸다. 도슨 선장이라는 평범한 인간을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얘기함으로써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듯 보였다. 침몰중인 배에서 간신히 구조된 소위의 초조한 얼굴도, 토미와 깁슨의 불안한 얼굴도, 배에 오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병사들의 무표정한 얼굴도 그들이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삶에 대한 희망의 다른 얼굴이었다.
경기 회복이 느리고 불황이 길어짐에 따라 그동안 믿었던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무력감은 날마다 조금씩 키가 자란다. 그러나 스스로 자존감을 놓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든지 비상구는 늘 열려 있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시작 앞에 경건하고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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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선/ 코네티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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