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공기가 차가워진 가을 아침에 봄부터 심어 물주고 거름도주고 사랑도 주며 같이 했던 화분의 가지랑 고춧대를 바라본다.
이들을 정리할 때가 돌아온 듯해서다. 몇날 아침 추운 기온에 동해를 입어 뜨거운 물에 데친 것처럼 풀 죽어있으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다행이도 잘 견뎌주어 아직 싱싱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알고 보면 새로울 것이없으나, 그러나 새롭다고 생각되는 사실 하나를 그 아침에 발견하게 되었다. 화분에 심어진 고추와 가지의 줄기와 모양들이 일정한 모양새를 하고 서 있었던 것이다. “이거 뭐지?” 모두가 방향은동남쪽을 향하고 있었고 한 뿌리임에도 그 중 북서에 자리한 줄기들은 앞쪽 줄기보다 훨씬 크게키를 키워 마치 뒷꿈치를 한껏 들고 서 있는 듯한 그들이 보인 것이다.
“아이고 세상에, 햇빛 받아 살아보겠다고...” 키 재기라도 하듯뒤로 갈수록 키가 더 자라 일정한 모양을 만들어낸 그들의 노력이 참으로 가상하게 여겨졌다. 이어 다른 나무들도 그러는지 살폈다. 살핀 결과 감나무도 그랬고무화과나무도 그랬고 심지어 처마 근처에 있는 꽃과 나무들은자세히 보니 거의 다 그런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나는 원인 파악 모드에 돌입하였다. 이들을 그리 만든 것은 햇빛이고 나무나건물이 만든 그늘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몇 해 노는 땅이 아까운 마음에 나무 그늘지는 땅에뭔가를 시도하다 결론은 늘 ‘인장지덕 목장지폐’가 진리구나 싶었었다. 그래서 그늘을 피하고 피한다고 시도한 화분살이었음에도목장지폐의 여운은 여전히 올해농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것이다.
속담에 ‘인장지덕 목장지폐’라는 말이 있다. 그 뜻은 큰 사람 즉훌륭한 사람 주변 혹은 밑에서는 덕을 입고, 혹은 입을 수 있어큰 사람이 뒤를 이어 나올 수 있으나, 큰 나무 그늘에서는 폐해를입어 큰 나무가 뒤이어 나올 수없다는 말일 것이다.
나는 ‘목장지폐’의 의미를 다시 곰곰 새겨보았다. 분명 큰 나무 밑의 식물들은 폐해를 입는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 원리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 그러나 다른 면으로 살펴보면많은 또 다른 대상들은 큰 나무의 덕을 크게 볼 수 있다는 것에생각이 미친다. 큰 그늘을 만들어시원하게 해주고, 많은 양의 산소공급으로 더불어 숨 쉬고 살게만들어주고, 열매를 맺어 먹이를공급하기도 하고, 동물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하는 원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도전받는 선택의 기로, 무엇을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을 때 사실을 명확하게분석하고 더 많은 이로움이 있는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선택에서 아쉽고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채우기 위하여 우린다른 방법으로 그 해결점을 찾으려고 한다.
원불교 교리 일원상 서원문에‘ 은생어해(恩生於害), 해생어은(害生於恩)’이라는 내용이 있다.
우주만물과 생명 있는 것들은 변하는 면으로 보면 우주는 성주괴공으로, 만물은 생로병사로 변화하고 사생은 몸과 마음의 작용을따라 육도로 변화하면서 혹은 진급도 되고 혹은 강급도 되고 혹은 해에서도 은혜를 입을 수 있고, 혹은 은혜가 해로움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인간은 몸과 마음의 작용을 따라그 심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따라 은혜를 입든 해를 입든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 해에서도 은혜를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일은 참 중요하다. 순간순간 마음과 몸을 경우에 맞게 잘 써야 결국 변화의 이치 따라 우리의 인격은 성숙하고 진급은 될지언정타락하거나 강급이 되지는 않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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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예리/원불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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