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제 안과전문의/바이얼리니스트
20세기 미국 오케스트라의 빅5 중 하나로, 21세기 전 세계 베스트 오케스트라 20 중 5위로 꼽히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30여년 전 시카고에서 마지막으로 본 이후 처음 보는 디즈니 홀 공연에 기대와 설렘이 앞섰다.
이 오케스트라의 명성은 지휘자 프릿츠 라이너가 1953년부터 10년간 지휘봉을 맡은 시기 절정에 이어 그 뒤 같은 헝가리 태생 지휘자 게오그 숄티가 22년을 이끌면서 음악적 기질이 비슷한 두 거장의 특성을 지닌 오케스트라로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같은 시기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또한 헝가리 태생의 조지 쎌이 32년 간 지휘해 세계 최고란 명성을 얻으며 시카고 심포니와 비교되고는 했다. 조지 쎌의 철저한 훈련으로 흠잡을 게 하나도 없는 매끈하고 완벽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라이너의 불 같은 성격과 숄티의 강한 열정에 의해 날카롭고 강렬한 특성으로 흥분을 자아내는 시키고 심포니, 이 두 오케스트라는 마치 전자를 완벽한 자동차 롤스로이스라면 후자는 쾌속과 멋을 뽐내는 페라리 스포츠카로 비유할 만 했다.
이런 개성을 지닌 시카고 심포니가 지난 22일 연주에서는 그들의 알려진 특성을 보여줄 열정적이고 극적인 곡보다 서정적이며 내면이 깊은 브람스 교향곡 2번과 3번 두 곡 만을 프로그램에 올린 것에 우선 놀랐다. 전반부에 연주된 3번 교향곡은 브람스의 네 교향곡 중 가장 짧으면서 깊이 깔려있는 어두운 감정이 열정과 정숙함과 어우러져 표현되며 네 악장이 모두 조용하게 끝나는 곡이다. 이에 비해 2번은 밝은 전원교향곡풍으로 듣기가 쉬워 3번보다 인기가 더 있는 곡이다.
그런데 이번 연주에서는 기대와는 달리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비교적 약하고 박력이 부족했다. 단원 부족이나 긴 여정의 피곤 때문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이것이 아마도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스타일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강함보다 부드러움, 예리하고 날카롭기보다 유순함, 긴박감보다 아름다운 프레이징을 보이고 있었다. 옛날의 시카고 심포니가 아니었다. 어찌 보면 화려한 기악연주보다 아름다운 성악 연주 같았다.
두 곡 모두 1악장과 4악장에서 듣고 싶은 늘씬하고 풍요로운 소리, 폭발적이고 강렬한 감정 등이 아쉬운 반면 느린 악장은 아름답게 어루만지는 듯 했다. 흔히 하는 앵콜곡과는 다르게 슈베르트의 로자문다 중에서 가장 느리고 조용한 자장가같은 부분을 들려준 것도 무티의 특이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생각컨대 무티가 오랜 기간 이름난 오페라 지휘자였다는 점으로 시카고 심포니의 이런 변모를 이해할 수 있겠는데 무엇보다도 이와는 상관없이 관객의 반응은 이 악단의 명성에 알맞게 열광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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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제 안과전문의/바이얼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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