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프로테스탄트적 저항신학을 손에 들고 부패한 중세 가톨릭을 전복시켰다는 게 루터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루터의 고향 독일의 역사학자인 볼프강 비퍼만의 견해는 좀 다르다.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인 그는 신간 ‘루터의 두 얼굴’(평사리)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자축하는 동시대인들에게 찬물을 끼얹는다고 연합뉴스가 지난 29일 보도했다.
저자는 독일 개신교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국가주의, 국가가 주도하는 전쟁을 지지하는 주전(主戰)주의, 자본주의, 반유대주의, 반집시주의, 반페미니즘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뿌리를 루터에서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루터는 16세기 농민전쟁에서 제후들의 편에 섰다. 봉기한 농민들을 공격하라고 요구했고, 실제로 수천 명의 농민이 학살당했다.
1543년 출간된 루터의 저작 ‘셈 함포라스와 그리스도의 성에 관해’에서는 유대인을 “고삐 풀린, 나쁜 망나니로 이루어진 찌꺼기”라고 지칭하며 노골적으로 경멸한다. 또 다른 저작 ‘유대인과 그들의 거짓말에 관해’에서는 유대인의 종교 서적을 빼앗고, 그들의 회당을 불태우며, 재산은 몰수하자고 역설한다.
루터는 교황청의 폐습을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했지만, 정작 가톨릭의 마녀 미신은 극복하지 못한다. 그는 마녀를 ‘악마의 나쁜 창녀’ ‘우유를 훔치고 악천후를 만들고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존재’라고 묘사한다.
또한 “부인이나 처녀가 잘난체 할 때만큼 꼴사나울 때가 없다” “아내가 지닌 가장 위대한 명예는 언제나 남자들이 그녀에게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등 반페미니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저자는 이처럼 루터의 발언과 저작을 조목조목 분석한 뒤, 그의 유산을 무비판적으로 계승한 독일 교회의 흑역사를 재조명한다. 반기독교적인 나치가 등장할 때 교회가 이를 묵인하고, 유대인과 집시에 대한 박해에 침묵하는 죄를 짓지 않았느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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