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해가 저물고 있다. 격동의 정유년(丁酉年)이었다. 동포사회는 비교적 평온했지만 외방(外方)의 파고가 한인들의 가슴에 넘실댔다. 모국에서 날아온, 탄핵사태에 이은 대통령 선거소식으로 들끓었고, 미국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북미 간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가슴을 졸이게 했다. 기쁨과 울분, 탄식과 이변이 뒤섞이며 올해 워싱턴 한인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10대 뉴스로 선정, 정리한다. <편집자 주>
-헌재, 박근혜 대통령 파면 사태
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탄핵심판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박 대통령은 이날 탄핵으로 자리를 물러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또 국정농단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구속됐으며 5월 23일 첫 재판이 시작돼 진행 중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파면, 구속 사태를 한인들은 환호와 탄식이 엇갈리며 착잡하게 지켜봐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재외선거 열기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으로 대통령 보궐선거가 확정됐다. 한국은 조기 대선 열기에 휩싸였고 5월9일 실시된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08%의 득표율로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재외선거 열기도 대단해 세계 116개국에서 22만1981명이 투표에 참여,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워싱턴에서도 4천270명이나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 워싱턴 방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28일부터 7월1일까지 3박5일 간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미동맹 강화외교를 펼쳤다. 한인들은 콴티코의 장진호 전투기념비부터 블레어 하우스 앞까지 태극기를 들고 나가 열렬히 반겼으며 문 대통령은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등 파격적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7월1일 낮 DC의 캐피탈 힐튼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도 권위 보다는 소탈한 분위기로 달라진 세상을 실감케 했다.
-말 많은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개막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본격화한, 트럼프 시대의 막이 올랐지만 인종과 성차별 등의 막말과 거짓말 논란 등으로 좌충우돌하면서 미국사회의 분열은 심화되고 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시작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재협상, 중국과 갈등,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 등으로 미국의 전 세계적 지도력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한미 FTA 재협상, 주한미군 분담금 조정 등 발언으로 한인들의 우려도 낳았다.
-반 이민 행정명령 파동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란 등 무슬림 7개국에 대한 미국 입국 일시 중단을 골자로 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 및 추방조치를 본격 예고하면서 한인 불체자들도 비상이 걸렸고 추방우려에 외출도 자제하는 등 불안감에 떨었다. 그러나 반이민 행정명령은 초반부터 잇달아 지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수정 행정명령이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영주권자 등 한국 방문 기피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한인 등 이민자 사회의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합법적 이민자들에 대한 입국심사마저 강화되면서 한인들은 한국 방문 등 외국여행을 한동안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한인 영주권자가 경범죄 전력으로 인해 덜레스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인사회의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오바마 케어 폐지 논란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폐지·대체안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보험사에 주는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12월20일 상원에서 통과된 세제개혁법안에 건강보험 미가입자에게 벌금을 무는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그동안 날로 치솟은 보험료로 중산층들은 재정적 부담을 느꼈지만 수천만 명의 무보험자를 양산하고 만성 질병자들을 파산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동해 한인사회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뜨거웠던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11월7일 실시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전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치러지는 첫 선거전인 만큼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에드 길레스피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고 민주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랠프 노담 후보 유세에 나서는 등 선거전은 뜨거웠다. 박빙 승부에 한인사회에 대한 구애도 치열했다.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으며 ‘트럼프의 패배’로 읽혀졌다.
-북핵 사태와 전쟁 위기 고조
북한은 올해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을 ‘완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김정은은 괌 주변 포위 사격을 위협한 데 이어 11월 29일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대폭 강화했으며 북-미간 말 폭탄과 위협은 전쟁 위기로까지 번지며 한인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11년만의 메릴랜드 한인회장 선거
제35대 메릴랜드한인회장 선거가 오랜만에 경선으로 치러지며 모처럼 선거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투표 장소 논란이란 악재는 있었지만 백성옥 현 회장에 정현숙 몽고메리카운티한인회장이 맞선 선거는 양측 정, 부회장 후보 모두 여성의 대결인데다 11년만의 경선이라 한인사회에 모처럼 활력을 불어넣었다. 12월10일 선거 결과는 백성옥-강고은 후보팀이 총 투표수 1,821표 중 1,013(55%)표를 얻어, 763표(42%)를 득표한 정현숙-안수화 후보팀을 250표 차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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