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를 보면 주인공 HUNTR/X를 돕는 동물 형상의 두 친구가 등장한다. 그들의 이미지와 표정, 장난스러운 에너지가 문득 조선 후기 민화 ‘호작도’를 떠올리게 한다. 호작도는 호랑이와 까치를 함께 그린 그림으로, 한 폭 속에 위엄과 해학, 길상과 풍자를 동시에 담아낸다.

호작도에서 호랑이는 권위와 용맹을 상징하지만, 그 민화 속 호랑이는 궁중회화나 진경산수화에 그려진 장엄한 호랑이와는 달랐다. 털이 엉성하고 눈이 크거나 사팔이로 묘사되어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허술하다. 이는 양반과 권력층을 풍자하려는 민중의 시선이 담겨서이다. 호랑이 옆에 그려진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길상의 상징이자, 화면의 균형과 리듬을 살리는 존재다. 까치의 경쾌한 날갯짓은 호랑이의 묵직함을 완화시키고, 그림 전체에 유머와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런 호작도의 조형은 케데헌 속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와 묘하게 겹친다. 악마를 사냥하는 이야기 속에서도, 늘 유쾌하고, 긴장된 순간을 풀어주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재치로 상황을 전환한다. 마치 민화 속 까치가 호랑이 옆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듯, 이야기의 무게와 긴장감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민화를 이렇게 들여다보면, 그것이 단순한 장식이나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민화는 조선 후기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대부의 회화 전통과는 다른, 서민과 장인들의 생활 속에서 피어난 예술이었다. 주제는 호작도뿐 아니라 책가도(책과 기물), 문자도(한자나 길상어를 장식한 그림), 화조도(꽃과 새), 십장생도(장수를 상징하는 열 가지 소재) 등으로 다양했다.

민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핵심은 바로 ‘길상(吉祥)’이다. 길상은 좋은 징조와 행운을 의미하는데, 까치와 호랑이의 대비가 길상화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랑이가 권위와 두려움의 대상이라면,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다. 또 모란은 부귀와 영화, 잉어는 출세와 입신양명, 박쥐는 복福과 오복, 학과 거북은 장수와 고결함을, 십장생은 불로장생을 상징했다. 사람들은 이런 도상들을 집안에 걸어두고 번영과 장수, 행복과 안녕을 기원했다. 결국 민화의 길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심리적·문화적 장치였다. 이렇게 민화는 한국의 팝아트 같은 독창적인 서민 미학이 되었다.

민화는 또한 사회적·사상적 맥락 속에서 이어져왔다. 화폭에는 유교의 충·효·신·예와 같은 덕목이 스며 있었고, 불교와 도교 사상이 상징으로 자리했으며, 민중의 웃음과 풍자가 더해져 하나의 복합적 언어를 이루었다.

케데헌 속 친구 캐릭터에서 호작도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은 권위 있는 주인공 옆에서 이야기에 균형과 활기를 부여하며, 관객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힌다. 이는 민화가 지녔던 원래의 기능-삶의 무게를 유머로 비틀고, 상징으로 힘을 북돋우던-을 현대 서사 속에서 재현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결국 민화는 과거의 벽 속에서 오늘날로 되살아나,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데헌 속 호작도 같은 친구는,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의 시각 언어가 이제 환생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김미선 서북미문인협회 회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