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경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등장한 ‘소리바다’는 한국 음악 산업을 뒤흔든 폭풍이었다. 테이프나 CD를 사지 않아도 무료 음원을 클릭 한 번으로 다운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이용자들은 열광했지만 음반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왜 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하는가’라는 분노는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졌다. 결국 법원은 서비스 운영자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후 국내 음악 시장은 합법적 스트리밍 중심 구조로 재편되었다. 법적 분쟁과 여러 논란 끝에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는 상식이 정착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의 등장과 함께 유사한 갈등을 목도하고 있다.
첫 번째 전선은 ’AI의 학습 데이터 활용‘이다.
AI 기업들은 ’어린아이가 책을 읽듯 데이터를 학습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창작자들은 허락 없는 무단 학습이 결국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맞선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웹툰·웹소설 작가들이 계약서에 ‘AI 학습 금지’ 조항을 명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 위기감을 잘 보여준다.
결국 전 세계에서 학습 데이터에 관한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에서는 작가들이 앤스로픽(Anthropic, 클로드 운영회사)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앤스로픽의 불법 다운로드 파일을 이용한 학습은 침해로 보았으나, 종이책을 직접 구입·스캔해 이용한 것은 ‘공정 이용’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앤스로픽은 저작권자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하며 분쟁을 조기 종식하는 실용적 선택을 했다.
독일에서는 음악저작권협회가 오픈AI(챗GPT 운영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권리자의 허락 없이 AI가 가사를 저장·출력하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로 보고 ’공정 이용‘의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다만 오픈 AI가 항소하면서 분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전선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권리 인정 여부다.
현재 저작권 인정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인간의 창작적 기여‘이다. AI를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창작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기여도가 낮아질수록 해당 결과물은 법적 보호의 울타리 밖에 머물게 된다.
이러한 논의가 시급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미래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AI 생성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할 경우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제작한 콘텐츠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해 투자를 꺼릴 수 있다. 반대로 인간의 개입이 극히 적은 결과물에 무분별하게 저작권을 부여한다면 기존 창작자들의 영역이 침범당하고 저작권 체계 자체가 교란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인간 창작의 기여’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
미국·EU·한국 등 주요국은 AI 저작권 가이드라인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례와 사례가 축적될수록 ’인간의 창작적 기여‘ 범위는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리바다 논쟁은 시끄러웠지만 결국 합법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낳았다. AI를 둘러싼 분쟁 역시 판례가 축적되고 입법과 제도 개선이 뒤따르며 유사한 궤적을 그릴 것이다. 다만 AI의 발전 속도가 소리바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만큼 제도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소리바다의 혼란이 K-콘텐츠의 밑거름이 되었듯 지금의 혼란 역시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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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법무법인 창경 구성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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