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사업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들 업체는 차량 자체뿐 아니라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는 202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서 10종 이상의 배터리전기차(BEV)를 출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도요타, 렉서스 등 자사 브랜드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모든 라인업에 BEV 모델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0년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인도, 유럽 등에서 순차적으로 EV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의 전기차 출시를 1순위로 잡은 것은 중국의 신에너지 정책과 관련이 있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완성차 업체에 일정 규모 이상의 신에너지 차량 생산과 판매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BEV와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소전지전기차(FCEV) 등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을 현재의 4배 수준인 550만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BEV와 FCEV의 판매량만 100만대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그동안 HEV에 집중해온 도요타는 최근 들어 BEV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9월 마쓰다, 덴소와 전기차 개발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이달 초에는 파나소닉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도요타는 배터리 개발을 위한 설비 투자에 2030년까지 총 1조5천억엔(약 14조3천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독일 BMW는 BEV와 HEV 등 전기차 판매량을 2019년까지 50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최근 공개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주행거리 700㎞ 이상의 전기차 모델 12종을 라인업에 추가하고 전기차 대량생산 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BMW의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당초 목표한 10만대를 달성했다. i3와 액티브 투어러(HEV)가 서유럽 및 미국시장에서 흥행한 덕분이다.

BMW는 앞으로 4년간 총 2억유로(약 2천56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도 나선다.

2025년까지 BEV 모델을 50종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독일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투자 계획의 하나로 2019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충전소 2천800개를 신설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기차 충전소는 미국 17개 대도시 내 500여 곳에 마련될 예정이다. 특히 출퇴근용으로 쓰는 직장인들을 위해 4분의 3가량이 사무실 밀집지역에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배터리 개발과 생산공장 건설에도 500억유로(약 64조원)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연간 전기차 판매량을 300만대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역시 1년 6개월 이내에 새로운 BEV 2종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2023년까지 최소 20종의 신형 전기차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10년 후 연간 100만대 생산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2025년까지 BEV 판매 세계 3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신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의 모델 종류를 현재 2개에서 2025년까지 14개로 늘릴 계획이다. 해마다 1개 이상의 새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는 뜻이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9월 국내외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 늘었고 글로벌 업체 중 순위는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6위로 상승했다. 1위는 르노닛산, 2위는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4월께 코나와 니로의 전기차 모델이 출시되면 5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관련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그만큼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라며 "내년에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을 개선한 신형 전기차가 속속 출시될 예정이어서 시장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