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청명한 아침, 회원들과 산길을 걷는다. 아련히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길 밑 ‘함초’에 갓 피어오른 새싹을 보면서 봄이 머지않았음을 깨닫는다. 한 시간 정도면 바다를 마주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가까이 있으면서도 바다를 찾는 날은 흔치 않다.
바다를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고 넓어진다. 바다를 바라보면 위로를 받는다. 그저 멍하니 있어도 좋다. 바다는 넉넉함과 사랑으로 병아리를 잉태하는 ‘어미 닭’과도 같다.
잔잔한 바다 물결을 보고 걸으며 간간이 떠오르는 지나간 삶의 고뇌를 지워 버리기도 좋은 시간이다. 오늘 같은 풍광을 보면 지금 여기가 지상낙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니 무엇 때문에 그리 팍팍한 생활로 세월을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좋은 날에 바다를 바라보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유명한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이다. 푸시킨은 세월이 지나면 슬픔과 고통은 사라지고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의 고통은 시간과 함께 소멸하여 간다는 것을 우리에게 각인시켜준다. 오랜만에 바다와 함께 걸으며 머지않아 찾아올 푸근하고 넉넉한 봄날을 기다린다.
<방무심 / 프리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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