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법관계자들, 퇴진운동에 “판사의 독립성 침해” 반발

미셀 다우버 스탠포드 법대 교수가 지난 2016년 6월 퍼스키 판사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다우버 교수는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성적인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와 정체불명의 물질을 배송 받는 등 신변안전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AP]
스탠포드대 성폭행범을 ‘솜방망이 처벌’한 애런 퍼스키 판사의 퇴진 운동을 펼쳐온 여교수에게 누군가 협박 편지와 함께 정체불명의 물질을 보내 여교수의 신변 안전에 대한 염려가 일고 있다.
퍼스키 판사 퇴진 운동을 주도해온 미셀 다우버 스탠포드 법대 교수는 14일 자기 앞으로 성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와 정체불명의 하얀 가루 물질이 배송됐다고 밝혔다.
우편을 받은 다우버 교수의 조교 학생은 우편을 열어 하얀 가루 물질을 발견하자 즉시 밀봉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학교는 즉시 물질이 배송된 뉴콤 빌딩을 통제했으며, 캠퍼스에 경보를 발령했다.
협박 편지에는 “당신이 퍼스키 판사의 옷을 벗기려(disrobe) 하니, 당신을 에밀리 도처럼 대우해 주겠다”고 적혀 있었다.
‘에밀리 도’는 스탠포드대 성폭행 사건 피해자 여성의 가명이다.
당국은 조사 후, 배송된 하얀 가루가 인체에 해가 없는 물질이라고 밝혔다.
다우버 교수는 일주일 전에도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용의자로부터 같은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를 받았다.
다우버 교수는 퇴진 운동을 펼친 후부터 이 같은 협박 편지를 받은 적이 처음이 아니며, 이에 위협받지 않고 퇴진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퍼스키 판사는 지난해 6월 만취여성을 성폭행한 스탠포드대 수영선수인 브록 터너에게 검찰이 주장한 6년 구형 대신 6개월 복역형을 선고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다우버 교수가 주도한 퍼스키 판사 퇴진 발의안 청원에 10만명이 서명해 유효서명수인 6만명을 초과했다.
지난 6일 산타클라라카운티 의회는 이같은 청원을 받아들여 퍼스키 판사 퇴진안을 6월 선거에 부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편 이에 대해 전직판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 법조인들이 ‘판사의 독립성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타클라라카운티 수피리어법원 은퇴판사인 라도리스 코델은 12일 KTVU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퍼스키 판사의 대변자는 아니지만 퇴진운동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판사는 집행유예부서의 권고에 따라 이를 따른 것뿐”이라고 옹호했다.
코델 은퇴판사는 “판사는 법률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여론과 배치하는 선고를 내린 판사를 퇴진시킨다면 저소득층과 유색인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판사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델은 또 이는 사법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유색인종의 투옥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일부에서 퍼스키 판사 퇴진보다는 주의회가 강간의 정의를 확대하고 성폭력범을 강제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퍼스키 판사 퇴진 운동측은 “퇴진 운동은 성폭력 범죄를 가볍게 여기고 피해자의 희생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 조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메시지”라며 “카운티 선출직에 여성을 당선시켜 남성중심의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캘리포니아주에서 판사 퇴진이 성공한 횟수는 드물다. 만약 오는 6월 퍼스키 판사 퇴진이 확정된다면 주 역사상 3번째가 된다. 1913년 샌프란시스코 여성클럽이 성폭력에 관대한 결정을 내린 찰스 월러 판사를 퇴진시킨 것이 최초이며 두번째는 1932년에 일어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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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임에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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