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북 사용자 5천만명 개인정보,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로 유출
▶ ‘빅데이터’ 무단 이용 논란, 페북 이용시 피해 막으려면
페이스북 개인 정보 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가 페이스북 본사 건물에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 [AP]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5,000만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무단으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각국이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사건 폭로 후 이틀 간 페이스북 주가가 급락하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창사 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페이스북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에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사태 확산 후 나흘만에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약속하는 등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논란의 핵심은
이번 파문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집된 개인 유권자 정보가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전달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17일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페이스북이 2014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에게 개인정보 사용을 허락했는데 이 연구원 다시 영국 정보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5,000만 명에 이르는 개인정보를 넘기면서 유권자 성향이 샅샅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건의 출발은 이랬다. 2014년 알렉산드르 코넌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이 ‘연구’ 목적으로 페이스북에 제3자 애플리케이션(앱)인 성격검사 퀴즈앱을 배포해줄 것을 요청하고 소정의 대가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퀴즈 앱을 시작했을 때 약 30만 명 정도가 이 앱을 설치했으며, 당시 페이스북 플랫폼에서는 코건의 앱을 설치한 사람들의 친구 수천만 명의 정보 접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계약대로 앱을 사용한 사용자의 활동 내역을 코넌 교수에게 제공했는데, 코넌 교수가 이 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 캠프와 연계된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무단으로 넘기면서 대선 당시 약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이용되는 사태를 낳은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5년 정보 유출을 알아차리고 해당 앱과의 로그인 연동을 중단하면서 불법 공유된 데이터를 모두 삭제 조치했다는 법적 증명서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외신들은 당시 데이터가 아직 남아 있다고 보도하고 정치 스캔들로까지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파장 확산
이같은 사실이 불거지자 증시에서는 페이스북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하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주가 급락으로 페이스북 투자자들은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나 증발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페이스북 주가는 21일 다시 반등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돌입했다.
일부 페이스북 주주들은 지난 20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손해를 봤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페이스북이 이용자 5,000만 명의 정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넘길 때 사전 동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2012년 도입된 관련 규정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른 다른 업체와 공유할 때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거액의 벌금 부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으로 페이스북 가입자들의 대규모 탈퇴 조짐도 감지돼 페이스북이 사상 최대의 정치적, 법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2012년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해 2,250만 달러의 벌금을 낸 적이 있다.
■저커버드 입장 발표
이와 관련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파문 발생 나흘만인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중요한 조치를 이미 2014년에 취했지만, “우리도 실수한 것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것은 코건·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와 페이스북 간 신뢰가 망가진 것이지만, 페이스북과 우리가 자신들의 정보를 보호할 것이라고 믿고 데이터를 공유한 사람들 간의 신뢰 또한 침해된 것”이라며 “우리는 여러분의 정보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우리는 여러분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발방지를 위해 2014년 이전에 페이스북에 설치된 앱, 또 의심스러운 활동이 있는 앱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여기에 동의하지 않은 개발자는 페이스북 활동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용자가 3개월간 앱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개발자의 정보 접근권을 박탈할 것이며 “향후 며칠 동안 더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추가 조치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다음 달부터 이용자가 앱의 자료 접근 권한을 쉽게 취소할 수 있는 도구를 뉴스 피드 상단에 배치할 것도 약속했다.
■전망과 대책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대규모 소셜네트웍서비스 및 전자상거래 시스템 등 각종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정보기술 기업들이 이용자의 검색내역, 위치정보, 상품 구매내역, 콘텐츠 선호도 등을 축적해 맞춤형 광고, 상품 추천에 사용하거나 제3의 기업에 판매해왔는데, 이 빅데이터가 무단 노출된 사건은 결국 독자적 데이터 보호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한 보완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한인들도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들도 성격 테스트나 이름 풀이 등과 같이 페이스북에 뜨는 제3자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 개인 정보들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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