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0주년을 맞아 제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직접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고등학교는 이 학교 자율동아리 '4·3을 기억해'가 단편영화 '4월의 동백'을 만들었다고 29일(한국시간 기준) 밝혔다.

20분 분량의 이 영화는 1948∼1950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와 대정읍 상모리 마을에서 살았을 법한 평범한 가상 인물을 모델로 중산간 마을 초토화 작전과 한국전쟁 이후 예비검속으로 인한 아픔을 그려냈다.

영화에는 대정고 학생 19명과 대정여고 3명, 대정중 2명, 대정초 1명 등 주변 학교 학생을 포함해 총 25명이 출연했다.

자율동아리 학생들은 지난 1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방과 후 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4·3 자료 분석, 현장 사전답사, 시나리오 구성, 관점에 대한 재구성, 과거 상황 재현, 배역 및 촬영장소 섭외, 소품 제작·대여, 연출 등을 직접 수행했다.

대정고는 오는 30일 학교 체육관에서 학생, 학부모, 동문, 4·3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열어 완성된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시사회 당일을 4·3 기억의 날로 운영, 오전에는 아침 등굣길 추모 리본 달기와 추모 나무(동백) 심기 등을 진행하며 오후에는 1·2학년 전체 학생이 영화 촬영지를 중심으로 대정·안덕 지역 4·3 유적지를 답사하고 헌화한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 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이 4·3 배지를 만들어 판매, 수익금을 유족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대정고는 4·3희생자추념일 당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리는 4·3 70주년 기념 청소년 문화예술한마당 행사에서 배지 판매와 영화 상영을 하고, 같은 달 7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도 홍보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동아리 반장인 이종찬(2학년) 학생은 "영화를 만드는 동안 아픈 역사를 몸으로 느끼며 4·3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역사인식을 달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4·3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