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국제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 경쟁 부문 초청 불가 방침을 밝히자 이번에는 넷플릭스가 칸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칸영화제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1일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가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입장을 전했다.
앞서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영화전문지 르 필름 프랑세즈와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영화를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칸영화제는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를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후 프랑스 극장협회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를 칸 경쟁 부문에 초청한다는 데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개봉 영화는 상영 후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프랑스법에 위배 된다고 항의한 것.
이에 칸영화제 측은 부랴부랴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 영화를 향후 경쟁부문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초청작 심사 규정을 변경했다.
칸영화제측에서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하자 이번에는 넷플릭스에서 칸영화제 출품을 거부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대응에 칸영화제는 비상이 걸렸다. 칸영화제는 올해 경쟁이 아닌 다른 부문에 넷플릭스 영화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당초 칸영화제는 올해 넷플릭스가 복원한 오손 웰스의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폴 그린 그래스 감독의 '노르웨이', 제레미 솔니에르 감독의 '홀드 더 다크' 등이 칸에서 선보일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넷플릭스가 보이콧 방침을 밝히면서 칸영화제의 구상이 어그러진 것.
이에 대해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12일 공식 부문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놓고)넷플릭스와 계속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영화제와 넷플릭스 대립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칸영화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경쟁부문에 초청하면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걸 전제로 만드는 영화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전제로 한 영화를 세계 최고 권위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했기 때문. 영화의 미래에 화두를 던진 셈이었다. 당장 경쟁 부문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일었다. 이후 '옥자'는 한국에서 멀티플렉스 체인이 상영을 보이콧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칸영화제는 논란이 일자 올해 넷플릭스 영화들을 최고 권위인 경쟁 부문에선 제외한 채 다른 부문에서 화제몰이로 이용할 계획이었다. 넷플릭스로선 칸의 이런 방침에 들러리를 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넷플릭스의 반발로 칸영화제는 곤혹스럽게 됐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닌 탓이다. 전 세계 예술영화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어 세계적인 거장들조차 투자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러 거장들이 신작 제작을 넷플릭스와 손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넷플릭스에서 신작을 만들고 있다. 칸영화제로선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거장들의 영화를 외면할 경우 화제와 권위를 잃고 점차 도태될 수도 있다. 이번 칸영화제와 넷플릭스 간 갈등이 주목되는 이유다.
과연 세계 영화의 만신전 칸국제영화제에 '옥자'의 후예들이 계속 올라설 수 있을지, 영화 미래에 분기점이 될 것 같다.
한편 5월8일 개막하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경쟁 부문에,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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