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중앙일보가 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경쟁지의 폐문은 희비의 문제가 아니다. 동업의 길을 걸어온 그 신문의 상실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은 적지 않다.
돌아다보면 그 신문이 쏟아낸 17년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만큼 언론환경은 녹록치 않다. 디지털 세대의 정보습득 체계는 전통적인 종이신문에서 벗어나고 있다. 디지털 모바일 혁명으로 뉴스와 정보는 손바닥에서 가볍게 소비되고 있다. 그에 편승해 정의의 가면을 쓴 가짜 뉴스들도 범람 중이다. 진중한 사람들조차 가짜뉴스에 대한 분별력을 점점 잃어간다.
그뿐 아니다. 신문은 지금, 지면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민 1세대들의 퇴조와 맞닥뜨려 있다. 동포신문과 희로애락의 한길을 걸어온 가장 열렬한 독자들을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문시대의 종언(終焉)은 그럴싸한 합리적 당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신문의 가치와 생명력을 무한 신뢰한다.
우리는 새롭게 도래한 디지털 문명의 질서에 단순 저항하려는 게 아니다. 마땅히 온존시켜야 할 가치를 지켜내려는 것이다.
신문은 여전히 지성의 영역이다. 신문에는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석학들의 정제된 경험과 지식, 정보가 축적돼 매일매일 집으로 전달된다. 우리는 잉크 냄새 나는 아침 신문을 통해 세상을 보아왔고 신문을 읽으면서 얻어지는 즐거움의 바다에서 기쁘게 유영해 왔다.
또한 종이의 매력과 활자의 마술에 빠져본 이들은 안다. 손바닥에서 얻는 정보의 얕음과 허망함이 얼마나 큰지를. 무엇보다 디지털로 만나는 뉴스에는 뜨거운 심장이 없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종이 신문의 가치와 미래에 투자하고 있음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더군다나 이민사회에서 모국어로 발행되는 동포신문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절대적 생명력과 영속성을 부여받는다. 지난 49년 동안 워싱턴 한국일보가 동포사회의 사랑을 받으며 깊고도 넓은 뿌리를 내려온 것도 그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휴간으로 본보의 역할과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 우리는 시대의 부침과 신문명의 도래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길을 걸어갈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독자만 바라보고 험한 길을 마다않을 것이다.
또 자기 안일에 빠지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더 겸허하게 신문의 소임을 다하겠다. 워싱턴 한인사회에 즐거움을 주는 신문으로 진력할 것이다. 독자 제현의 한결같은 성원과 질정을 바라마지 않는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