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정기 구독한다고?’

차량을 구매하거나 리스하는 대신 정액을 내고 회원 자격을 유지하며 자동차를 운행하는 ‘섭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기 구독을 뜻하는 섭스크립션 개념을 자동차에 접목한 것으로 운전자가 월정액을 내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게 골자인데 제조사와 딜러십, 스타트업까지 다양하게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분석업체 ‘뱅크스 리포트’의 클리프 뱅크스 대표는 “3년 리스 계약이나 7년 할부 계약을 맺는 대신 매달(month-to-month) 회비를 내면서 차량을 이용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며 “지난 30여년간 리스가 차량 소유의 개념을 바꾼 것처럼 회원제는 미래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제공사에 따라 내용이 다를 수 있지만 큰 줄기에서 보면 운전자는 월정액을 내고 자동차를 이용하며 언제든 서비스를 해지할 수 있다. 차를 반납할 때는 페널티가 없고 월정액에 보험료와 정비비, 세차를 비롯해 원하는 곳으로 자동차를 가져다 주고, 가져 오는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일부 서비스는 소비자가 원할 때마다 차량을 교체해준다. 예를 들어, 주말을 즐기기 위해 타운에 나간다면 럭셔리 차량을, 큰 짐을 실을 일이 있다면 픽업 트럭으로 바꿔주기 때문에 별도로 렌트를 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는 볼보의 ‘케어 바이 볼보’, 캐딜락의 ‘북 바이 캐딜락’, 포르쉐의 ‘포르쉐 패스포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볼보는 새로운 컴팩트 크로스오버 SUV 모델인 ‘XC-40’의 회원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델에 따라 월 회비는 600달러와 700달러 두가지로 가격 네고를 할 필요가 없다. 단일 회비가 적용되는데 어느 곳에 살더라도 프리미엄 보험과 정비까지 커버된다. 12개월마다 새로운 차량으로 바꿀 수 있고 1년 운행거리는 1만5,000마일이다.

회원 가입을 원하면 딜러십에 연락해도 되고 스마트폰 앱을 다운 받아 진행하면 된다.

원하는 모델을 정하고 500달러를 다운페이한 뒤 약속을 정하면 차량을 배달해주는데 신청은 10분 이내에 완료된다. 여기에 스타트업 가운데는 ‘클러치 테크널러지스’(Clutch Technologies), ‘플렉스드라이브’(Flexdrive), ‘페어닷컴’(Fair.com) 등이 있다.

클러치 테크널러지스가 제시하는 가장 낮은 회비는 750달러로 높은 편이지만 이와 관련, CBS는 미국인의 월평균 자동차 페이먼트가 보험을 제외하고 57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전했다.

페어닷컴은 오직 중고차만 취급하는데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 받아 운전면허증 등 필요한 정보만 올리면 된다. 앱은 취합된 정보를 바탕으로 월 회비를 결정하고 최대치의 회비가 정해지면 이용 가능한 차량을 소개해는데 가장 싼 것은 150달러부터 있다.

페어닷컴의 스캇 페인터 설립자는 “휴대폰부터 TV 시청까지 회원제로 정기구독하는 시대인데 자동차도 이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구매나 리스 시 필요한 파이낸싱 수수료, 다운페이, 타이틀, 차량 등록과 번호판 그리고 간단한 정비까지 회원제가 책임져 전반적인 차량 운행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