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을 꼭대기까지 기어오른 라쿤과 손에 땀을 쥐는 철야 구조작전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1일 라쿤(북아메리카 너구리) 한 마리가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의 한 2층 건물 지붕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건물 관리자들은 이 라쿤이 이틀 동안 굶은 데다가 물도 마시지 못한 것으로 보고 구조에 나섰다.
사다리를 연결해주며 바닥으로 내려오게 하려고 했으나 라쿤은 오히려 옆에 있는 고층건물로 달아나 벽을 타기 시작했다.
라쿤이 건너간 건물은 세인트폴 시내에서 15번째로 높은 25층짜리 'UBS 플라자'였다.
건물벽 외장재에 발톱을 박는 방식으로 라쿤은 자꾸자꾸 고층으로 올라갔다.
라쿤뿐 아니라 모두 당황했다.
'미네소타 퍼블릭 뉴스'의 기자 팀 넬슨은 "프라이팬을 탈출해 불 속으로 뛰어든 형국"이라고 돌변한 상황을 설명했다.
라쿤은 불과 10분 만에 지상에서 30m 이상 높은 12층까지 기어올랐다.
동물학자들은 라쿤이 위험을 감지하면 튼튼한 발톱을 이용해 재빨리 나무 위로 달아난다고 행태를 설명했다.
학자들은 라쿤이 뒷다리를 이용해 머리부터 땅에 내려온다고 설명했으나 이 라쿤은 하늘만 쳐다봤다.
쉬다가다를 반복하던 라쿤은 어느덧 15층과 20층 사이에 도달했다.
러셀 버크 호프스트라대 생물학 교수는 "라쿤이 6∼9m를 오르는 일은 흔하지만, 대형건물을 등반하는 건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건물 주변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검은 점으로 변한 터라 쌍안경을 갖고 나온 이들도 있었다. 라쿤 인형을 들고 손에 땀을 쥐는 소녀도 눈에 띄었다.
미네소타 퍼블릭 라디오의 전광판에는 "세인트폴 번화가 라쿤이 새로운 고지에 올랐다"는 긴급보도가 떴다.
그러나 치명적 추락위험에 처한 라쿤을 구조할 뚜렷한 방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창문 청소 전문가를 투입해 줄을 타고 접근하거나 주변 창문을 여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라쿤을 자극해 더 위험한 상황을 부를 수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의 감독인 제임스 건은 라쿤을 구조하는 이에게 1천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제의했다.
세인트폴 공무원들이 결국 아이디어를 냈다.
고양이 먹이를 미끼로 라쿤을 옥상까지 유인해 생포용 덫에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작전이었다.
라쿤은 창가에서 쉬기와 건물 오르내리기를 되풀이하더니 12일 새벽 2시 45분께가 돼서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모두가 숨죽여 바라는 대로 고양이 먹이가 든 덫을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2살짜리 암컷이었다"며 "약간 말랐지만 건강상태는 괜찮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라쿤이 무척 피곤한 상태였다"며 "덫에 있던 먹이를 다 먹어치우고 물도 많이 마셨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라쿤을 구조하기까지 무려 20시간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날이 밝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스파이더-라쿤'이 옥상에 도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환호가 쏟아졌다.
라쿤을 생포한 용역업체는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동영상을 배포했다. 소셜미디어 스타가 된 라쿤은 쏜살같이 숲 속으로 달아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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