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지난달 어머니날에 이어, 17일은 아버지날이었다. 세상의 부모들이 자녀를 낳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면서, 어엿한 사회인이 되도록 헌신한 공을 기리는 날들이다. 주위에서 성장한 자녀들이 연로한 부모의 생신이나 명절에 찾아뵙고, 화목한 가족모임을 갖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이 나만은 아닐듯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훈훈한 감동 스토리에 찬물을 끼얹는 우스개 얘기를 인터넷에서 읽고, 동병 상련 하는 노부모들이 꽤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소개한다.
어느 성공한 세 남매가 노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부모님 집에서 만찬을 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맏아들이 들어서면서 말한다.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그런데 병원에서 응급환자가 생겨서, 선물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걱정 말아라. 우리가 함께 모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겠니?” 아버지의 대답이었다.
두번째로 도착한 둘째 아들도 말한다. “아빠 엄마 두 분 모두 아주 건강하게 보이시네요. 방금 LA에서 오는 길인데, 법원 일이 너무 바빠서 쇼핑할 시간이 없었어요.”
“네가 온 것만 해도 기쁘다.”
마지막으로 딸이 도착하면서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회사에서 갑자기 출장을 보내는 바람에 선물을 못 사가지고 왔어요.” 한다.
만찬이 끝난 후 디저트를 앞에 놓고 아버지가 말문을 열었다.
“얘들아, 너희 어머니와 내가 오늘 털어놓을 비밀이 하나 있다.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는 아주 어려운 가운데에서 너희들 셋을 다 대학교육 시키지 않았니? 그동안 살기가 너무 바빠서 우리는 결혼식을 못한 채 동거해 왔단다.”
자녀들은 깜짝 놀라서 말한다. “뭐라고요? 그러면 우리 모두 사생아라는 말씀이에요?” “그렇지, 너희들 모두 짠돌이 사생아라는 공통점이 있구나.”
아버지가 한방 날린 셈이다. 일생을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한 부모들이 노년이 된 후 성인 자녀들의 무심함과 무성의에 섭섭함과 노여움을 느낄 때가 생기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자녀들의 입장 에서도 할 말은 많다.
이들이 교육을 마치면서 공부 압박감에서 해방된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직업을 얻으면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계속 배우고, 실력을 쌓고, 훈련을 받고, 인간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항상 시간이 없다는 자녀들의 말이 핑계만은 아닐 수 있다.
더구나 자녀들이 결혼해서 자신들의 자녀를 갖게 되면 가족관계가 3대로 연장되면서, 구성원 사이의 관계도 소폭 또는 대폭으로 변하게 된다.
명절에, 생일에 정성 담긴 선물을 들고 부모를 찾는 모범자녀들은 당연히 칭찬의 대상이지만, 선물 없이 오거나 전화한통만 해주어도 자녀들에게, “얘들아, 고맙다”라고 말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성장한 자녀들에게 아무리 바빠도 노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전화해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의무라는 것, 노부모와 성인자녀사이에 상호 존중하는 자세는 행복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조기교육이 학과공부에만 치중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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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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