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인터넷으로 재미있는 예능프로를 보았다. 이연복 셰프가 연예인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중국의 산둥에 가서 “현지에서 먹힐까?” 라는 주제로 현지 중국인들의 입맛을알아보는 것이다.
이연복은 거의 반세기 가깝게 한국중화요리를 해온 대가가 아닌가! 그가 한국식 짜장면
을 가지고 원조 짜장면이 유래된 산동을 찾아가 직접 맛을 선보이는 이 프로는 호기심, 기대감 또 약간은 걱정이 섞인 시도였을 게다.
짜장면 하면 한국인이면 누구나 좋아하고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서 김치 다음으로 친숙한 음식일 것이다. 간편하고 가격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은 이사
하는 바쁜 날, 전화 한통이면 거뜬히 점심이 해결되고, 밥을 먹고도 뭔가 출출할 때 한 그릇 시켜 먹으면 배가 만족한다.
나에겐 잊지 못할 사연이 깃들여 있기도 하다. 여자가 아기를 가지면 먹고 싶은 음식이 그것도 오밤중에 떠오른다고 했는데… 나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 짜장면 생각에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가 새벽이 되자, 아직 잠이 덜 깬 남편에게 말했다. “나 짜장면 먹고 싶어 죽겠네. 당신 출근길에, 버스 정류장 근처 중국집 있잖우? 거기들려 점심 때, 한 그릇 배달 주문 좀 넣어주고 가요. 꼭요!” 드디어“ 짜장면 배달 왔습니다”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짜장면 그릇을 받자마자 숨도 거의 쉬지 않고 게 눈 감추듯, 몇 젓가락에 휘딱 비워버렸다. 곱배기로 시켜달랠 걸 후회가 막심해서 아쉬워했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딸애는 짜장면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다시 이연복의 짜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어머어마한 규모의 현지 수산물, 야채시장에 이른 아침 직접 나가 새우, 오징어, 양파, 호박 등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 금방 기계에서 뽑아 낸 국수까지 장만하는 시장보기는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는 생활현장이다. 재료 준비, 썰기 등은 팀원들과 함께 착착 진행되는데, 팀원들간에 얼마나 호흡이 잘 맞고 손발이 척척 인지 세상 일이 이처럼만 잘 협력되면 무엇이나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셰프가 빠르고 현란한 솜씨로 큰 워크에 기름을 두르고 준비한 재료를 넣어 맛좋은 짜장면 소스를 만드는 동안, 광장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음식이 준비될 즈음, 손님용 식탁은 다 차고 의외로 참 맛있는데 하는 표정과 함께 재차 주문하는 무리도 늘어난다. 입소문으로 사람들은 점점 많이 모여들고 아직도 못 얻어먹은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 있다. 이건 완전 대박이다!
나 역시 먹고 싶어졌다. 역시, 맛 좋은 음식은 전염성이 강하고 행복하게 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나보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먹는 즐거움, 거기서 오는 충만감으로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고, 오래된 명제를 한번 뒤집어 본다. 맛 좋은 음식은 이처럼 우리들을 기분 좋게 하는 행복바이러스를 그 속에 감추고 있나 보다.
<
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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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려고 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