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50일 이 대표, ‘강한 여당’ 부각… 잇단 설화 ‘협치 실패’
▶ 김 위원장, ‘가치 논쟁’ 활성불구 지지율 정체… 쇄신·통합 과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가운데)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자유한국당 김병준(맨 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에는 각각 빛과 그림자가 있다. 여당과 제1야당을 이끌어가는 두 ‘선장’의 활동에 따라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총선 승부도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3일 취임 50일을 맞은 이해찬 대표와 16일 취임 3개월을 맞게 되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당 운영 성적표에 대해 엇갈린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8·25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여당과 대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강한 여당’을 만들었다”는 긍정 평가가 있다. 반면 “잇단 설화로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야당과의 협치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정반대의 시각도 적지 않다.
여권 내부에서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줄곧 청와대에 끌려 다녔다는 평가를 받았던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 이후 목소리를 높이면서 수평적 당청 관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후한 평가가 우세하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등을 지낸 7선 의원의 경륜을 바탕으로 이낙연 총리,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 등과 함께 갖는 당정청 회의를 주도하고 있다. 또 이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을 선제적으로 주장해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의 골격을 제시하는 등 정책 이슈를 주도해왔다. 또 ‘버럭’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불통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이 대표는 요즘엔 큰 잡음 없이 당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야당 등과의 관계에선 협치와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픈 지적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평양을 방문했을 때 “살아생전에 정권을 뺏기지 않겠다”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해 야당의 강한 반발을 낳았다. 이 대표는 또 ‘20년 집권론’ ‘보수 궤멸론’ 등 야당을 자극하는 언급을 계속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당정청 회의에서는 “내 공직 생활 중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해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발언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외통위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할 용의가 있느냐”라고 질의해 강경화 외교부장관으로부터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이라는 답을 얻어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 장관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제동을 거는 언급을 함으로써 이 대표의 의도성 질의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이란 지적도 있다.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정부 성공, 총선 승리, 정권 재창출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던 이 대표가 그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협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7월 17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에게도 두 갈래의 평가가 병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가치와 정책 논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대해 “국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비판하면서 ‘국가주의’ 논쟁을 일으켰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병준 비대위 등장 이후 가치 논쟁을 활성화시켜 당의 품격이 높아졌으며, 이 과정에서 계파 싸움을 하는 인사들보다는 정책통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홍준표 대표 때와 달리 당 지도부의 막말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지지율은 계속 정체됐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하락 곡선을 걸었으나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11~20% 사이의 박스권 지지율에 갖혀 있었다. 지지율이 정체된 가장 큰 이유는 인적 쇄신과 보수 통합 작업이 소걸음처럼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병준 비대위는 이에 따라 최근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 등을 영입해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다.
조강특위는 문제가 있는 기존 당협위원장 상당수를 물갈이하고, 그 대신에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거물급 인사들과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대거 수혈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조강특위는 이어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 등과도 접촉해 ‘보수 빅텐트’를 이뤄내야 총선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김병준 비대위의 성패는 내년 2월쯤 예정된 전당대회 전에 인적 쇄신과 보수 통합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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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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