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적인 태도보다 열린 마음으로 진솔한 대화 나눠야
자녀가 부모의 음주를 지적한다면 자녀와 음주 문화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음. [AP]
친애하는 슈가(Sugar)님들
동갑내기 아내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43세 남성이다. 우리 부부는 7살과 9살 된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그런데 몇 달전 둘째 아들이 “아빠는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라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그 이후로 둘째 아들의 잔소리가 두세 번 더 이어지더니 “엄마, 아빠가 모두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다”라며 아내까지 잔소리 대상에 포함됐다. 결국 큰 아들까지 합세해 공공장소 가리지 않고 “또 술 시켜?”라며 거침없이 잔소리를 내뱉고 있다.
아내는 장인이, 나는 어머니가 알콜 중독인 집안에서 자랐다. 알콜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회복 프로그램에 출석한 적이 있는 직계 가족도 적어도 한 명씩은 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알콜 중독이 어떤 것인지, 인생을 얼마나 황폐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나는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인데 아들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항상 걱정이다.
저녁때 반주 대신 물을 마셔보려고 노력했고 사순절 기간 동안 맥주를 입에 대지 않으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두 아들은 나의 금주 노력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 아들이 내 음주 습관을 지적할 때 어떻게 반응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셰릴 스트레이드: 당신과 아내가 술을 너무 마시는 것 때문에 자녀들이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술을 마시는 것은 나쁘다는 생각이 자녀들에게 형성되는 것이 걱정인가. 술을 좀 적당히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자녀들에게 우리 부부는 술을 적당히 마신다고 이야기하고 싶나. 내 생각에는 아무 두 가지 경우에 조금씩 해당하는 것 같다. 자녀들과 부부의 음주에 대해 상의하기 전에 먼저 ‘자가 진단’(Self-Assesment)을 해볼 것을 권유한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음주량을 기록해봐라. 음주량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특정 음주 패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음주량과 음주 패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있어야 당신의 음주 습관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그래야 자녀들도 부모의 음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을 갖게 된다. ‘적당량’보다 많이 마신다고 알콜 중독자로 치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족의 음주력에 비춰볼 때 부부의 음주 습관 역시 악화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스티브 아몬드: 자녀의 잔소리는 부모의 음주 습관이 자녀들에게 이미 걱정거리가 됐다는 신호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나 TV에 본 것, 또는 가족 내 음주자에 대한 자녀들의 반응일 수도 있다. 셰릴의 제안처럼 자신의 음주 습관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자녀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들에게 미리 할 말을 준비하거나 부모의 음주 습관에 대한 변명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린 자녀들과 대화할 때는 그냥 들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엄마, 아빠가 술을 많이 마셔서 걱정이 되니?”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좋다. 어떤 면에서는 부모가 음주 습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치심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도 좋다. 알콜 중독 가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불편한 침묵’을 깨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부부의 음주 습관이 건전한 지 진단해보는 기회로 삼도록 권유한다.
셰릴 스트레이드: 당신의 두 아들처럼 내 자녀들도 내가 매일 와인을 마시는 것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술에 취한 다음날 숙취를 느꼈는지, 독한 술을 마시고 구토를 해본 적이 있는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질문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자녀들과 음주를 주제로 대화할 때 성을 주제로 할 때와 마찬가지로 불편한 마음이 들겠지만 최대한 개방적인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음주가 자녀와 대화를 나누기에는 어려운 주제인 것은 사실이다. 음주라는 복합한 주제를 어린 자녀들에게 이해시키기 쉽지 않고 자녀가 성장해서 되지 않았으면 하는 어른이 바로 ‘술 마시는’ 부모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가 이미 자녀들 앞에서 술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에 자녀들은 음주가 어떤 것이라는 이미 알고 있다. 가정 밖에서도 음주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음주는 나쁘다’라는 모순된 메시지 속에서 우리 자녀들이 성장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술은 필요하지만 비난의 대상이다. 술은 자유롭게 즐기면서도 금지의 대상이다. 인생을 망칠 수도 있지만 축하의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도 술이다.’ 음주에 대해 이처럼 매우 혼란스러운 메시지 속에서 어린 자녀들이 성장하고 있다. 아들들이 부모의 음주에 관여하는 것은 잔소리로 위장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자녀들은 단지 부모의 솔직한 답변을 원할 뿐이다. 스티브의 조언처럼 질문으로 자녀들과 대화를 시작하고 부모도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 답변하는 것도 좋다. 왜 부모가 술을 즐기는지, 하지만 왜 금주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자녀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눕니다.
스티브 아몬드: 자녀가 음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감당할 수 있다는 부모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와 음주와 같은 민감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도 필요하다.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부부 모두가 자신의 삶 속에서 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과거 가족들의 음주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술을 마시기로 한 결정을 정당화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9살짜리 아들이 피다 남은 대마초를 발견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에는 몹시 당황스러워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대마초를 들키는 바람에 자녀들과 왜 대마초를 피우는지 등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대화가 깊어져 현재 우리 문화에 만연한 마약 사용 등에 대한 내용까지 이야기하게 됐다. 마약 사용에 대한 나의 생각과 마약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 환각성 약물 복용한 뒤 운전을 하면 안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화를 통해 자녀들에게 어떤 주제이든 숨기지 말고 개방해야 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마약과 음주에 대해 모순적이고 왜곡된 메시지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자녀와의 진솔한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자녀들은 대화 내용을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잘 받아들일 것이다. 당신도 이미 부모를 통해 음주는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받고 자랐다. 만약 자신의 음주 습관을 자녀와 터놓고 이야기하는 부모가 있었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해 봐라. 당신이 그런 부모가 되어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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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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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병이다 그래서 병 들기전에 고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