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가장 가치 있고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는 입부리이다. 내가 거주하는 자림농장에는 닭 15마리가 식구로 등록되어 있다. 좋은 달걀을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먹이가 필요하다. 질 좋은 알파파, 그리고 농장에서 나오는 자몽과 토마토 줄기, 가끔 잡아다 주는 벌레들이 그들이 즐겨 먹는 먹이이다.
좋은 환경과 먹이가 공급될 때 그들 사이에는 매우 평화스럽게 보인다. 기억컨대 지난 7월 어느 날, 몹시 무더웠던 날이다. 무던히도 끈끈하고 더운 그날 해질 무렵 닭장문을 열고 들어서니 4마리의 닭이 죽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벼슬주변에 심히 쪼인 흔적이 보였다. 쪼기 서열의 극렬한 현장이었다고 여겨진다. 평소에도 거친 폭군 장닭의 소행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확증할 순 없었다.
닭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깃털, 벼슬이나 발등을 몹시 쫀다고 한다. 몹시도 더운 그날 그들은 그렇게 죽었다. 하지만 그 날 털 아래에 달걀을 품고 있었던 2마리의 예비어미닭은 털끝하나 공격당하지 않았다. 그들의 죽음은 비석 없이 흙으로 돌려보냈으나 이에 섭섭해 하는 두 그룹이 있었다. 함께 사는 견공(犬公)들은 저녁내 땅을 휘뒤접었고 닭을 좋아하는 주변의 식도락가들은 몹시 섭섭해 했다.
누군가 행한 그 엄청난 범행의 근본 원인을 한의적으로 풀면 서습(暑濕)과 함께 노(怒) 정도가 아닐까 추론해 볼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 병의 원인을 찾을 때 외인적 육음사기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와 내인적 칠정사기[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공(恐), 경(驚)]을 그 주원인으로 삼고 전염병, 음식노권(飮食勞倦), 지나친 성생활, 상해, 기생충, 중독(中毒), 유전적 요인 등을 부인(副因)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닭들의 죽음은 외인으로 인한 지나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일 거라는 추측이다. 아무튼 그 사망으로 이끈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한다면 사람이나 닭이나 스트레스는 무서운 적임에 분명하다. 가벼운 코티졸의 발생을 야기하는 스트레스는 때론 유익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정신적 질환을 야기한다. 가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을 만난다. PTSD를 방치하면 공황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위험신호가 오면 쉼과 치료가 필요함을 알게 된다. 오비디우스( Publius Ovidius Naso)는 말한다. “쉬세요. 휴식을 취한 논밭은 풍성한 작물로 되돌려 줍니다.”
인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에너지 흐름으로 보면서 통전적 치료를 근본으로 삼는 한의학적인 치료는 하나의 쉼을 제공해 준다. 침뜸으로 인한 짧은 아픔(?)을 감히 끽휴거(喫休去)의 영역으로 감히 해한다면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은 넉넉한 회복이 된다.
문의 (858)430-6734(자림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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