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표 90% 지지를 받으며 당선되었던 백인 주지사가 ‘흑인분장’ 정치 스캔들에 휘말려 추락 위기에 직면했다. 35년 전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흑인 역사의 달’ 2월의 첫날인 지난 금요일 버지니아 주 최대일간지 ‘버지니안-파일럿’은 민주당 랠프 노덤 주지사의 1984년 의대 졸업앨범에 담긴, 이미 보수 사이트에 떠돌던, 문제의 사진을 보도했다. 한명은 흑인분장, 한명은 백인우월주의 집단 KKK 복장을 하고 나란히 선 장면의 사진은 곧 충격과 분노의 파장을 일으키며 지난 주말 미국의 톱뉴스로 떠올랐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공화당 보다 자당인 민주당 내에서 사퇴 압력이 거세지고 있으나 첫날 자신이 사진 속 둘 중 하나라며 사과성명을 냈던 주지사 본인은 하루 뒤 자기 사진이 아니라고 입장을 바꾼 후 사퇴를 거부했다. 그러나 흑인분장의 인물이 노덤일 것이라는 의심은 여전한 채 본인도 마이클 잭슨 분장으로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한 적은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KKK가 린치와 교회폭파 등 대 흑인폭력의 상징으로 누구에게나 알려졌듯이 ‘blackface’라는 단어로 정착된 ‘흑인분장’도 지난 200년 가까이 흑인에 대한 모욕과 비하로 사용되어 왔다.
‘블랙페이스’는 1800년대 백인 배우가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흑인 민요 등을 부르는 코미디 뮤지컬인 ‘민스트럴 쇼’에서 유래했다. 특히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을 풍자한 블랙페이스는 게으르고 무식한 겁쟁이 캐릭터로 백인들에겐 웃고 즐기는 구경거리였지만 흑인들에겐 굴욕과 상처였다.
이 멍청한 흑인분장 캐릭터의 대표적 예가 ‘짐 크로(Jim Crow)’였고 짐 크로는 ‘바보 흑인’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 남부 주들에서 시행된 흑백분리 악법들은 통틀어 ‘짐 크로 법’으로 불렸다. 짐 크로 법들의 효력이 상실된 것은 1964년 린든 존슨 대통령 때 민권법이 제정되면서였다.
이렇게 ‘흑인분장’은 고통스런 역사를 상기시키는 대표적 인종차별의 상징이 되어왔다.
노덤 주지사의 경우, 흑인분장 사진은 소아과 의사였던 그가 버지니아 주 민주당 정계에서 빠르게 부상하며 주지사직까지 오르는 동안 숨겨져 있었던 ‘시한폭탄 같은 비밀’이라고 전제한 USA 투데이는 폭탄이 터져버린 지금, 그는 해명하기 힘든 사진에 대한 설득력 없는 변명으로 “주지사로서의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노덤만이 아니다. 지난달엔 플로리다의 공화당 주 총무처장관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두 달 후 할로윈 파티에서 흑인 이재민으로 분장했던 사진이 폭로되면서 사임했고, 2013년엔 뉴욕의 민주당 주 하원의원이 유대인 파티에서 흑인 농구선수로 분장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재선을 포기하고 36년 정치생활을 마감하기도 했다. ‘과거의 흑인분장’ 사진은 그밖에도 여러 정치인 낙마의 빌미가 되었다.
“우리가 얼마나 선의를 가졌건, 얼마나 오픈마인드이건 인종주의는 우리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로 내면에 숨겨져 작용한다”고 심리학자 조지 삭스는 경고한다.
노덤의 사임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흑인분장 스캔들에 휘말리는 정치인들의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언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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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게 아니라 당시에는 당연했던 것인데 세상이 바뀌었죠. 자. 공화당과 민주당. 누가 인종주의자라고요? 민주당. 골빈 90%의 흑인은 아직도 거짓된 약속을 믿는 정신적인 노예?
흑인 분장 자체가 이렇게 모욕적인 상징이었는지 몰랐네요. 아무리 진실된 사과를 해도 이미 너무 큰 상처를 입힌것 같습니다. 물론 본인은 이대로 물러나면 평생 인종차별 주의자로 낙인이 찍혀 사임을 못하겠다고 하지만... 사임을 하고 모든이에게 다른 방편으로 변화된걸 증명해도 늦지는 않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