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을 아프리카에 있으면서 향수에 젖을 때면 고국의 아름다운 추억을 불러내곤 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 내 추억의 장은 아프리카다. 1993년 한국에서 우간다까지 편지 왕복에 한 달이 걸리던 시절, 남편과 나는 1살, 3살 된 두 아들을 데리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평생 잊지 못할 현지인 가정 첫 방문이 떠오른다. 주일학교 아이를 심방하느라 찾아간 마을에 낮은 흙집들이 있었다. 아픈 할머니 때문에 결석했다는 아이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깜깜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서서히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도 불빛도 없는 3평 남짓한 공간 안에 할머니가 누워계셨다. 자세히 보니 흙바닥에 얇은 매트 하나를 깔고 있었다. 이 공간에서 식구 4명이 살고 있었다.
아프리카를 떠나 미국에 온 지 3년, 일회용을 재사용하고 수도꼭지의 물을 흘려버리지 못하고, 화장실 물을 모아서 내리고, 빨래를 자연 건조하는 우리는 이곳에서도 이방인이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방출하며 소비 천국의 위력을 과시하는 미국 사회 속에서 나는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와 미국 사이, 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선은 어디일까?
<박주리 /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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