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주일을 맞이하여 나는 어떠한 어머니인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어머니상은 과연 어떤 것인가 생각하면서 구약성서에 나오는 한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무엘 상 1,2장에 나오는 한나가 속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남편의 자식을 낳고 키우는 일에 한정되었다. 따라서 자식, 곧 특히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성은 가족과 사회에 설 자리가 없는 소외된 여성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한나는 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불임으로 자식이 여럿인 후처 브닌나에게 무시와 멸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뿐만아니라 사회적 평판과 지위, 소외감 등 삶의 조건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나아가 한나는 개인의 고통 속에서 이스라엘의 고통까지 확대해서 바라 볼 줄 아는 비범한 여성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의 애절한 기도는 아이를 낳게 해달라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며 여호와 하나님께 적극적 개입을 요청하는 절실한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아들을 낳게 해달라는 한나의 간절한 기도는 한나 자신의 한을 풀어 달라는 요청임과 더불어 블레셋의 위협에서 이스라엘을 지켜달라는 국가적 호소이며 이스라엘의 다음세대를 보장함으로써 야호와 신앙을 지켜가는 이스라엘 신앙체계의 정통성을 잇게 해달라는 바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기에 한나는 기도 속에 이미 그 아들을 나실인으로 내놓겠다는 서약을 한다. 나실인은 하나님께 바쳐져서 그 일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사람으로 평생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아들을 얻고 나서 부르는 한나의 찬양은 고통의 정도에 비해 그 폭이 넓다. 또 그 노래는 여호와의 승리를 자랑하며 모세가 세운 이스라엘의 정통성을 이어나갈 왕권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2:10).자식이 없어 소외당했던 가련한 여성 한나의 울부짖음은 여호와의 개입으로 삶의 전환을 이루어 냈다. ‘사무엘’, 그 이름은 ‘하나님이 들으신다’는 성취의 상징이다.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새로운 지도자로 활동했던 배경에는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로 자식을 키워낸 한나의 모성애와 교육이 있었다.
한나는 사무엘을 성전에 바침으로서 여호와와 맺은 언약을 실천했고 어린 사무엘을 바로 교육함으로서 이스라엘이 혼란기를 극복하고 안정된 왕권체재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도록 했다. 즉 한 개인의 소극적 모성을 극복함으로서 민족의 어머니로 평가될 수 있는 올바른 모성의 모범을 보여주었고 부패한 사회를 개혁할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였다.(삼상 1:27-28, 2:19-20)
남편과 자녀의 출세, 명예, 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즉 가족중심의 이기주의를 뛰어넘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민족을 살리고 인류를 살리고 지구를 살려내기 위해 한나처럼 자녀를 내어 드릴 수 있는 모정과 헌신이 진실로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어머니상이 아닐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어머니들이 없이 가족의 출세와 영달만을 위해 목숨 건다면 결국 지구는 자멸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2019년 어머니 주일에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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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김/목사·미주한인여성목회자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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