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메모리얼데이 연휴에는 가족들과 떠난 캠핑에서 즐거움과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좋은 휴식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이라 하지 않는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며, 잠시 바쁜 일들을 뒤로한 채 모닥불 앞에서 서로의 모습을 마주보는 여유를 갖게 해주는 캠핑은 내가 나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10년 넘도록 함께해온 지인들과의 캠핑은 어느새 부모의 키를 훌쩍 넘긴 우리 아이들과의 수많은 추억을 해마다 곳곳에 만들어 주었다.
비가 오자, 아이들이 놀던 캠핑장 놀이터에서 죽은 두더지 한 마리가 발견됐다. 아이들이 먼저 보고는 가엾다고 흙으로 묻어 주었다. 흙더미에 애처롭게 묻힌 두더지는 문득 8년 전 우리가 키우던 햄스터, 루비를 비 오는 날 땅에 묻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루비를 키울 당시 우리는 첫 집 장만으로 설레임과 동시에 경제적 부담감도 무척 컸었다.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남편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거웠다고 한다. 미국 회사에서 적응하고 인정받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줄곧 일에만 매달렸다. 당시 육아로 힘들었던 나는 남편에게 주어진 과중한 일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외롭고 힘들었을 늦은 밤부터 새벽 동안, 서재의 한 곳에 자리했던 루비만이 샐러리맨의 피곤함과 외로움에 조그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뒤늦게 무관심했던 나를 반성하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티며 일과 가정을 지켜준 남편이 고맙고 대단해 보였다.
몇 년 전 나도 새로 시작한 일로 몹시 지치고 힘들어서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으며 일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몸부림쳤던 기억이 난다. 일은 자아실현의 도구이기도 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고 평가받는 것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생계의 수단으로만 인식되기도 한다. 남편의 경우도 일을 생존의 의미로 규정지으니 일이 한결 편하게 느껴지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일에서 얻는 만족감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에서 얻는 행복감은 당연히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다. 가끔씩 일에 매달려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는 더욱 캠핑이 기다려지곤 한다. 이번에는 캠핑장에 비가 내려 캐빈 안에서 가만히 비 소리에 귀기울이며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도 가져봤다.
<김영숙(실리콘밸리한국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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