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년 전부터 오른쪽 신장부분과 갈비뼈 안쪽에 통증이 있었다. 매일 있는 게 아니라 어느 날은 있고 또 갑자기 사라졌다 하는 간헐적 통증이다. 게다가 아프다가 뻐근하게 눌리는 느낌, 마비되는 느낌 등 다양했다.
지인들의 충고를 따라 이번엔 의사를 만나기로 했다. 미국에선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의사를 수소문하고, 그 의사가 내 의료보험을 받는지 확인 후 약속을 잡으면 최소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응급실에 가면 생사의 문제가 아닌 이상 대기실에서 몇 시간 기다려야 한다. 응급실 갈 정도의 상황은 아니고 하지만 아프고. 큰맘 먹고 의사와 약속을 잡았다.
내친김에 초음파까지 마쳤다. 다행히 모든 건 정상이었다. 내 신장 근처 통증은 무리한 덤벨 운동에 의한 근육통이 아니겠냐란 결론이 내려졌다.
엊그제 친구를 만났다. 대화 도중 결석 통증을 듣더니 친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있잖아, 기분 나쁘게 생각 말고, 내 친구도 자기 같은 증상이었는데 검사하면 다 정상이고 하다가 췌장암으로 판명 났거든. 젊은 나이에. 그러니 이번에 혹시 모르니 췌장 MRI나 CT 찍어서 꼭 확인해.”
의료에선 예방이 최선이다. 그뿐 아니라 삶에서도 모든 일에 예방이 최선이다.
예전에 살던 필라 대학병원 주차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밤 근무하러 주차장에 주차하던 간호사를 도둑이 죽이고 가방을 뺏어 도망간 것이다. 다운타운에서 여름에 창문을 내리고 운전하던 친구 옆 좌석의 가방을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창문을 통해 들어온 남자에게 뺏겼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는 밤 근무 시 되도록 병원 문 근처나 밝은 곳에 주차하고, 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덕분에 필라에서 성희롱 2번만 당하고 목숨과 지갑은 부지했다.
친구의 충고도 있고 해서 다시 의사와 약속을 잡았다. 이번엔 좀 더 적극적인 질문을 위해서 췌장암에 관해 공부를 했다. 췌장암 진단에는 MRI나 CT가 사용되고, 초음파는 췌장 위치 때문에 암 진단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이 찜찜한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 의사에게 CT나 MRI 찍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데 증상이 너무 모호해서 보험회사에서 허락을 안 할 것 같았다. 보험회사의 허락을 받기 위한 단서를 찾다가 ‘메디텔’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아는 선배가 췌장암 전문가로 나와서 설명하는 동영상을 봤다. 열심히 듣다 보니 모든 암의 특징 증상인 ‘체중감소’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박혔다. 좀 나와 거리가 먼 단어이지만 혹시 몰라 동생에게 물어봤다.
동생이 뼈아픈 소리를 한다. “언니 내가 좀 정직하게 말할게, 언니 좀 심각하게 거대해. 체중감소랑 전혀 거리가 멀어. 이참에 커피도 줄이고 체중도 좀 줄여봐.” 동생 덕분에 고민에서 좀 자유로워졌다. 그렇다면 내 통증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
나 리/ 간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