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과 산이 변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30년은 강과 산이 세 번 변했다는 것 아니겠는가. 인생 삼십년을 이립(而立)이라고 지칭 한다. 삼십년의 인생을 살았다면 자신의 삶에 대한 목적이 확고하게 서 있어야하고, 마음은 도덕위에서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지난 6일은 뉴욕에 본부를 둔 문학인 단체 <미동부문인협회>가 30주년이 되어 <뉴욕문학>29집 출판기념회를 겸해 기념식을 치렀다. 30년 전 발기인 11명이 회의를 한 후 시작되어 이제는 80여명의 회원과 많은 손님을 모시고 30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서울에서 초빙한 경희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김종회 교수의“ 3,000년을 이어온 사랑의 공식”, 고려대학교 한문학 명예교수 김언종 교수의“문학에서 첫사랑을 만나다” 강의가 있었다.
행사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준비하는 사람은 밤을 지새우며 고생을 했지만, 가깝고 먼 거리에서 회비를 내고 참가한 이들에게는 불만이 따르게 마련이다.
문인협회 30년은 다사다난 했다. 어떤 이는 회장을 연임하고서도 또 하고 싶어 했고, 어떤 이는 회장이 되자마자 제멋대로 선배들이 걸어온 길을 다 지워버리려 했고, 어떤 이는 조용히 자기 일을 했고, 어떤 이는 명함을 만들어 무슨 벼슬인양 휘날렸고, 어떤 이는 자기 비위에 맞지 않는다고 e메일로 협박편지로 괴롭혔고, 어떤 이는 소리 소문 없이 협회를 그만 두었고, 이런저런 별별 일은 다 인생사의 한 단면으로 지나가고, 강산은 세 번 변했다.
30주년 행사에서 왜 회장이 우리는 가난하다고 말해야 했나? 가난이 무엇인가? 가난이란 세끼 밥을 못 먹고, 누더기 옷을 기워 겨우 몸을 가리는 것 아닌가? 누가 가난한가?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모르느냐고 하면 30년이 아니고 3,000년 전 이야기라고 말하겠지. 문학인은 곧 선비라고 했는데, 가난해도 편한 마음으로 도를 지켜 즐겨 사는 ‘안빈낙도’ 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배고픈 적 없고 누더기 옷을 입어본 적 또한 없으면서 호화판 기념식을 하면서 우리는 가난하다고 말하는 것은 문학인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파두’(Fado)라는 노래가 있다. 19세기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태어난 서정적인 민속음악이다.
호소력 짙은 절절한 갈망의 노래, 포르투갈의 한이 서려있는 노래다. 그 노래를 들으면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고,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포르투갈의 노래 ‘파두’처럼 외롭지만 외롭지 않아야 되고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문학이요, 문학인이다. 문학이란 마음에 힘을 싫어주는 행위다. 장하지 않은가?
끊임없이 글을 쓰지 않으면 문학인이 아니라고 말한 이가 있음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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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자/펜클럽 미동부지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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