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처럼 재미있고 신비스런운 인물도 많지 않다. 어떻게 이같은 인물이 일등 제자와 반석이라 불리면서 교회의 첫 수장이 되었을까?
이 베드로를 자세히 연구해 보면 우리 교회가 이후 어떻게 살아나갈지 보여주는 좋은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가 된다. 베드로는 나서기 좋아하고 덤벙대고 큰 소리만 뻥뻥치며 책임을 지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의 행적을 잠깐 살펴보자.
스승님의 삶이 고통과 십자가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절대로 안된다고 덤벼들다가 스승님께 사탄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머리가 아둔하고 고집이 세다. (마태복음 16:22-23)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물어 보는 스승님께 당신은 메시아라고 얼른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해 케파 바위라고 칭찬받고 점수를 땄는데 평소에 하는 것으로 봐서 스스로 이해해서 나온 말이 아니다. (마태복음 16:16) 예수님이 잡혀가자 성질이 급해 제일 먼저 칼을 휘두르며 싸우려고 하지만 금새 겁이 많아 도망가고 3번씩이나 스승을 모른다고 배신하며 자기 살기에 급급 한다. (요한복음18:10)
풍랑을 만나 죽을 뻔하다가 배에서 물위를 걷는 스승을 만나자 덤벙되는 성격에 그냥 가만히 있지 못한다. 자기도 물위를 걷겠다고 덤벼들다가 물속에 빠져서 살려달라고 허우적거려 겨우 목숨을 살린다. (루까 22:60-62) 막달라 마리아로부터 무덤이 비어 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열심히 무덤으로 뛰어가긴 가지만 역시 아둔해 부활의 사실을 깨닫지는 못하고 빈 무덤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 머리를 갸우뚱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요한복음 20:9)
그러나 이런 베드로에게도 다른 모습이 있다.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있다가 물가에서 걷고 있는 분이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자 벗은 몸으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 분을 찾아 간다. (요한복음 21:7) 자기를 정말 사랑하냐고 세 번씩이나 물어 보는 주님께 눈물을 흘리며 당신께서 내 마음을 알지 않냐고 울먹거린다. (요한복음 21:17)
왜 베드로를 일등제자로 뽑으셨을까? 베드로의 어떠한 점이 예수님의 마음에 들었을까? 우리가 알듯이 신약성서에 베드로가 쓴 편지는 3개밖에 없고 그나마 다 짧은 편지들뿐이다. 진득하게 앉아서 긴 편지를 쓰지 못한다.
그러나 예수님을 살아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바오로의 편지는 사실 신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실은 바오로가 교회를 세운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베드로에게 모든 촛점이 모아질까? 그의 어떤 점이 중요하게 드러나는 것일까? 왜 신약성서는 수제자인 베드로의 실수와 인간적인 약점들을 여과 없이 미화 없이 왜 그대로 전하는 것일까? 그 만큼 역사적인 사실에 가깝기 때문일까?
첫째는 구속사업과 우리 교회가 어느 한 인간의 위대함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역사하심이며 사람들은 단지 그 분의 도구로 쓰여지는 것이다.
둘째는 아마 예수님이 베드로를 사랑하셨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의 솔짐함 단순성 진실함 물론 덤벙대고 까불고 좀 아둔한 점들이 스승을 힘이 들게 했겠지만 주님께서 그를 진정 사랑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예수님께 사랑받았던 제자! 참 인간적인 스승과 제자 이야기인 것이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리고 바로 이게 우리의 신앙의 정수이다. 그 분과 내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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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요셉 신부/팰팍 마이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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