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 시위사태 격화 책임물어 교체” 후임에는 탕 전 정무사장 등 거론
▶ ‘5대 요구사항’ 내세워 온 시위대, 중국 의도대로 사태 진정 어려울 듯
시위 촉발 20대 살인범 만기출소, 사죄하며 “대만서 죗값 치르고파”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나왔다. 중국 정부는 일단 보도를 부인했지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실제 단행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달 말로 예정된‘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앞두고 홍콩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중국 대리인’을 바꿔 분위기를 전환하겠다는 뜻이라는 진단이다.
23일 FT는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사태 격화의 책임을 물어 람 행정장관 경질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질을 결정할 경우 후임자는 내년 3월 전에 임명될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매년 3월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열려 공산당과 정부 주요인사가 교체된다. 따라서 홍콩 행정장관 교체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람 행정장관이 중국 중앙정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구체적인 경질계획이 전해진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FT는 후임자로 노먼 찬 전 홍콩금융관리국(HKMA) 총재, 헨리 탕 전 정무사장(총리 격)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일단 부인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헛소문”이라고 주장하며 “(중국) 중앙정부는 람 장관과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법에 따라 통치하고 폭력과 혼란을 조속히 끝내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람 행정장관에 대한 베이징의 실망과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그의 조기 퇴임은 거의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반중 민주화 시위로 확산되는데도 불구하고 람 행정장관은 오히려 악수만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사상 최대 열병식 등으로 ‘중국몽’을 과시하려 했지만, 같은 날 홍콩 시위에 참여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고 이것이 오히려 각국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경기침체 심화로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특히 다음달 24일 구의원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람 행정장관 경질설에 대해 “이번 4중전회의 주요 의제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견고화와 국가 통치체계·역량의 현대화’인데 이를 위해 홍콩 사태를 먼저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람 행정장관의 경질만으로 사태가 진정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동안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행정장관직선제 시행 등 5대 요구사항을 내세워왔다.
FT는 “중국 정부는 람 행정장관 교체가 홍콩 시위대에 대한 굴복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를 촉발한 ‘여자친구 살인범’ 찬퉁카이(20)가 이날 만기 출소한 가운데 그의 신병처리를 둘러싼 홍콩과 대만 정부 간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대만 정부는 경찰을 홍콩에 보내 ‘국가 대 국가’로 사법절차를 거친 후 찬퉁카이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는 홍콩 정부는 “대만에서 그에 대한 입경 금지 조치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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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최수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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