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한국의 걸그룹 출신 탤런트 설리가 25살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 뒤를 이어 설리의 절친이기도 한 카라 출신의 아이돌 구하라가 며칠 전 세상을 떠났다.
설리의 경우 인터넷의 악성 댓글, ‘악플’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직접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 이어 친구의 뒤를 따른 구하라는 그동안 사생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녀의 극단적인 선택 뒤에는 악플이 주요 원인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악플들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읽더라도 차마 견디기 어려운 인격 모욕적 표현들이이서 당사자가 받았을 정신적 고통이 충분히 이해된다.
미국에서도 인터넷 상의 혐오발언 뿐 아니라 학살차원의 끔직한 인종혐오 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백인우월주의를 자처하는 중년 남성이 작년 10월 피츠버그 시의 유대인 회당에서 총격전을 벌여 유대교인 11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나, 올 8월 또 다른 백인청년이 텍사스주 엘파소 월마트에서 히스패닉계 샤핑객을 상대로 무차별 총기를 난사한 사건 등이 다 이런 범주의 혐오범죄라고 볼 수 있다.
총기범들의 행적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처음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나 8Chan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는 혐오 글들을 동질감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사용자 취향을 근거로 전산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생성되는 가짜뉴스나 악플 등에 중독되어 차츰 균형감각과 이성을 잃고 급기야 나하고 다른 부류의 사람에 대한 증오심으로 변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인터넷의 혐오발언들이 범행의 발단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혐오 글들이 문제가 되자 검열을 실시하라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사회적 압력이 가중되고 있지만 큰 기대를 걸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연방 수정헌법 1조에 “연방의회는 종교의 자유를 비롯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정헌법 1조는 영국왕실의 폭정에 맞서 독립을 이끌어 내고 현대식 민주주의를 꽃 피워낸 미국인들에게 목숨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권리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궁여지책으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4월 혐오 표현들을 어떤 식으로 검열해야 할지 기준법을 제정해달라고 의회에다 공을 넘기려 했다가 대중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지난 10월엔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해선 안된다”고 태도를 바꾸었다.
표현의 자유는 시대에 따라 그 적용기준이 변천되어 왔는데 건국 초창기에는 공공의 안녕에 ‘나쁜 영향(bad tendency)’을 끼칠 수 있는 표현을 주로 규제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다가 1900년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시에는 병역기피 조장을, 미국내 공산주의 확산과정에서는 공산화 지지 등 공익에 실질적인 폐해가 예상되는 ‘명백한 현재의 위험성(clear and present danger)’에 대한 규제로 법이 바뀌었다.
이 법은 다시 1969년부터 ‘임박한 무법 행동(imminent lawless action)’에 대한 선동으로 적용 대상이 바뀌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즉 이 법에 따르면 흑인들을 아프리카로 돌려보내야 한다든가, 미국을 백인들만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표현 등은 임박한 무법 행동을 부추기는 표현으로는 볼 수 없어 제재나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게 사법당국의 판단인 것이다. 따라서 악플 류의 혐오발언들에 대한 처벌도 현행법 상으로는 어려운 실정이다.
인터넷의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 시대에 따라 변해 온 수정헌법 1조에 대한 해석이 나날이 도를 더해가는 혐오표현과 혐오범죄 양상에 부응하여 새로운 판례로 바뀔 때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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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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