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화창한 날,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아들은 처음으로 온 가족을 회사 구내 식당으로 초대를 해주었다. 대학생인 딸은 이제 캠퍼스로 다시 돌아갔고 집에 남은 남편과 나, 그리고 20분 거리에 살고 계신 올해 89세의 시아버님과 87세의 시어머님과 함께 아들이 초대한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회사는 여러 군데의 캠퍼스로 나뉘어 있었고 5개가 넘는 구내식당은 모든 메뉴가 다 달랐다. 온 가족이 외식하는 기분으로 맛있는 스테이크로 점심을 마치고 2층 카페로 올라가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이 모든 것이 공짜라니... 그래서 더 맛있었나 싶기도 하다. 손주가 대견한지 시부모님은 식사 내내 맛있다, 참 좋다라며 기분 좋아하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부부도 마음이 좋았다. 다 큰 아들이 시부모님께 효도를 한 것 같아 우리 부부도 즐거웠다.
식사 후 아들은 회사 투어를 시켜 주었다. 30년 전 내가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 분위기와는 너무나 달랐다. 인테리어를 봐서는 회사 같은 분위기라기보다는 어느 카페테리아에 온 듯했다. 곳곳마다 쉴 수 있는 공간과 극장, 체육관, 게임룸, 마사지실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세상이 좋아진 것일까? 아무튼 요즈음 젊은이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일을 한단다.
내친김에 우리는 인텔 박물관을 구경하기로 했다. 마침 그곳에 들어가니 안내원이 한국에서 온 아주 많은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서 실리콘밸리 견학을 온 학생들이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한국 사람이 없는 곳이 없는것 같다. 우리 일행은 그 틈에 끼어보기도 하며 다른 구경을 하기도 했다.
시부모님은 미국에 30년 이상 살았지만 이러한 곳에 처음 와보니 다른 세상 같다고 하셨다. 손주가 대접한 점심과 커피, 손주의 안내로 찾은 인텔 박물관에도 너무 기뻐하며 좋아하시는 두 분을 보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좀 모시고 다닐 걸 그랬나 보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실리콘밸리! 세계 사람들이 여행하고 싶어하는 샌프란시스코! 남들은 비싼 경비와 시간을 투자해서 오는 이곳을 난 아무런 느낌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을 계기로 매달 실리콘밸리 순방을 해보자는 이야기의 꽃을 피우며 돌아오는 차 속에서 우리 모두는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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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미 (SF갓스이미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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