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삼 빨래하는데 얼맙네까?” 타운의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는 조선족 강씨가 얼마 전 가게에 들어서면서 물어온 말이다. “적삼이 무엇이지요?”하고 되물었더니 자기가 입고 있는 셔츠를 가리키며 “이 옷 말입네다” 하고 대답했다. “아하, 조선족들은 ‘셔츠‘를 ‘적삼’이라고 하는구나”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순수한 우리말을 들으니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정겨운 느낌도 들었다.
강씨가 ‘적삼’이라 부르는 남자의 윗도리 홑옷을 한국에서는 흔히들 ‘와이샤쓰’라고 한다. 아마도 ‘화이트 셔츠’의 일본식 발음을 일제시대 때부터 따라하다 보니 그렇게 굳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에서는 정장 안에 받쳐 입는다 하여 ‘드레스 셔츠’ 또는 물빨래해서 입기 때문에 ‘런드리 셔츠’라고도 하는데 간단히 줄여서 ‘셔츠’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L.A,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지역에서는 정장차림보다 캐주얼한 옷을 즐겨 입는 분위기지만 뉴욕, 뉴저지 등 동부지역에서는 아직도 정장차림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조로운 남성의 정장 차림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셔츠다. 같은 양복이라도 셔츠만 바꿔 입으면 마치 새로운 옷을 입은 것처럼 달라 보이는 것이다.
셔츠를 매일 갈아입다보니 집에서 빨고 다리는 것이 여간 큰 일이 아니다. 빠는 것이야 그렇다 치고 셔츠를 다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셔츠를 다려본 주부들은 셔츠 한 장 다리는데 드는 노력과 시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셔츠를 세탁소에 맡긴다.
세탁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셔츠 세탁비는 대개 1달러50센트에서 2달러50센트 안쪽이다. 이 정도 비용이면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므로 집에서 빨고 다리는 수고를 절약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고 세탁소에 셔츠를 맡기는 것이다.
셔츠 세탁비는 담배값이나 휘발유값, 커피값, 교량 통과료 등 남자들이 매일 쓰는 일용 잡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다른 요금은 두배 세배 뛰었는데 셔츠 세탁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이처럼 다른 물가에 비해 셔츠 세탁비가 턱없이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셔츠를 빨고 다리는 기계의 성능과 효율성이 꾸준히 향상되어 단시간에 보다 적은 에너지로 대량의 셔츠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세탁소끼리의 경쟁도 한 몫을 했다. 셔츠보다 단위 수익이 높은 드라이 클리닝 매출을 늘리기 위한 유인수단으로 셔츠를 99센트나 1달러에 세일하는 세탁소도 많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아- 옛날이여’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백’과 ‘행거’ 등 재료값은 해마다 오르고 에너지와 수도요금도 계속 오르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도 껑충 껑충 뛰어오르고 있으니 셔츠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올리더라도 중국집 주방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조선족 강씨의 ‘적삼’을 부담없는 가격으로 세탁해줄 수 있도록 너무 많이 올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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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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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ㅎ. 적삼... 요즈음은 듣기 힘든 단어입니다. 옛날에는 여름에 베적삼 모시적삼을 많이 입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