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 큰 수술을 하며 출근을 못하는 시기가 있었다. 세상이 꺼질 듯 깊은 한숨과 함께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다른 행복이 찾아왔다. 습관처럼 켜놓았던 텔레비전을 끄고 나서 라디오를 켜니 DJ의 즐겁고 따뜻한 말솜씨가 혼자인 나를 혼자이지 않게 해주어서 고마웠고, ‘별밤’ 예쁜 엽서전에 뽑힌 내 엽서에 감격해하며 행복해하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즐거움도 맛보았다.
운동을 핑계 삼아 억지로 나선 산책길에서 평상시 눈에 보이지 않던 예쁜 꽃들에 허리숙여 오랫동안 인사하며 예뻐라 하기도 하고, 노래처럼 들리는 새소리와 뭉게구름 피어난 하늘도 바라보았다.
산책길에서 돌아와 식빵을 굽고 인스턴트커피 한잔 진하게 만들어 햇살 좋은 식탁에 앉아 있다 보면 그 옛날 친정엄마가 즐겼을 이 시간이 나에게 온 듯했고, 엄마가 행복해하던 모습도 상상되어 좋았다. 그 모든 것이 아파서 생겨난 시간이었는데, 행복을 누릴 시간도 함께 왔다.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위로해준 소중한 사람들의 응원에 힘을 받았고, 죽을 것처럼 아픈 순간을 지나고 보니 하루하루의 삶에 감사함이 깃들었다. 그 시간 우리 가족은 더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위로하며 함께하는 든든함을 배웠다.
퇴원을 하며 병원문을 나설 때는 감사가 밀려들지만 일상으로 접어들면 바로 감사를 잊고 투정하며 없는 것에 괜한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 세상에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는 것을. 출근할 수 있는 직장과 돌아와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건강한 가족이 있는데 무엇이 우리를 나쁘기만 한 곳으로 데려가겠는가.
<미셸 정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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