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서울 모처에서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와 택시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처리를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고, 환자 이송은 10여 분간 중단됐다. 하지만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환자가 5시간 만에 사망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 허베이성에선 승용차 운전자가 구급차를 8분가량 가로막았고, 구급차로 옮겨지던 환자는 다음 날 숨을 거뒀다. 도로에서 벌어진 정체와 사고로 한시가 급한 환자 이송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누군가 생명을 잃는 것만큼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심정지 6분 이내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 생존율은 19%에 달했다. 하지만 10분을 넘기는 경우 이는 9%까지 떨어졌다. 살 수 있었던 환자 절반이 고작 4분 차이로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는 얘기다. 연세대 연구팀 분석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심정지 환자가 30분 이내 응급실에 들어온다면 40분을 넘긴 사례와 비교해 사망률은 53%나 낮았다고 한다. 생사를 가르는 시간, 골든타임은 이처럼 길어야 10분 안에 지나가고 만다.
■ 응급환자가 길 위에서 희생되는 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0년대 중반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이 도입됐다. 지난해 기준 전국 2만7,000여 개 교차로에 설치되어 있을 만큼 이젠 보편화됐다. 긴급차량이 신호기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녹색등을 부여받아 우선통행할 수 있게 한 구조다. 이 시스템이 적용된 경기 의왕시 도로 1.8㎞ 구간에서 이뤄진 실험에 따르면 긴급차량 통행시간은 이전보다 5분 41초나 단축됐다.
■ 최근 경찰청은 경남도와 대전시 등에서 운전자 내비게이션에 인근 운행 중인 긴급차량 정보를 실시간 전달하는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곧 전국으로 확대될 계획인데, 구급차는 경광등과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에 이어 위력적인 우선통행 ‘도구’ 하나를 더 갖추게 된 셈이다. 다만 단 한 명의 운전자라도 내비게이션에 울릴 구급차 접근 신호를 경청하지 않고 무시한다면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끝내 인명을 구하는 건 길을 양보하는 개개인의 이타심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양홍주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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