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 내달 예술의 전당서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큰 꿈은 없고 죽을 때까지 음악하는, 롱런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크레디아 제공 연합]
“음악은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장 사랑하는 피아노곡을 꼽으라면 슈만의 곡이죠. 10년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공연이에요.”
최근 국제전화로 만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목소리가 반음 올라갔다. 손열음은 5월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무대에 선다. 아라베스크, 판타지, 어린이정경, 크라이슬레리아나 등등. 공연 프로그램은 오로지 슈만의 곡들로만 채웠다.
“솔직히 관객 분들에겐 친근한 작품들이 아닐 수 있어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론 예전부터 가장 욕심 냈던 곡이에요. 그 욕심이 너무 커서 그 동안엔 선뜻 나서지 못했거든요.”
그렇게 아끼던 슈만 곡을 마침내 끄집어낸 건 음반 녹음 작업 덕이다. 5월 무대는 슈만 앨범(오닉스 인터내셔널 레이블 녹음) 발매 기념의 성격이 짙다.
5월 공연의 백미는 피아노곡 ‘판타지(C장조 17번)’와 ‘크라이슬레리아나(16번)’가 될 것 같다. 손열음 스스로 ‘최애(最愛)곡’으로 꼽는 곡들이다. ‘관객들은 낯설 수 있다’고 했지만, 공연 레퍼토리가 알려지자 클래식 팬들 사이에선 대체 어떤 곡이길래 손열음이 그렇게 아끼는지, 그러면 손열음은 대체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이미 화제다. “사랑에 빠졌던 슈만의 좌절이 은밀한 언어로 표현돼 있어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집중해서 들으면 곡을 완전히 즐길 수 있으실 거예요.”
원래 손열음의 슈만을 좀 더 일찍 만났을 수도 있었다. 4월부터 한국 지방순회공연이 예정됐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4월 일정은 모두 취소되고 현재로선 5월 일정만 살아 남았다. 유럽 연주 일정도 모두 취소돼 손열음은 독일 하노버 집에 머물고 있다.
이번 공연은 4년 만의 한국 독주회다. 손열음은 한국 무대에서 보기 힘든 연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피아니스트’보다는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한국에 더 자주 온다. 국내 팬들로서는 아쉬울 법하다. 손열음 대답은 의외였다. “한국은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가장 많은 나라예요. 다른 훌륭한 연주자들의 좋은 공연도 많은데, 굳이 나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래도 팬들이 찾아주신다면 횟수를 조금 더 늘려볼까요?”
코로나19 사태는 ‘예술감독’ 손열음에게도 악영향을 끼쳤다. 올해 대관령겨울음악제는 코로나19 때문에 예정보다 사흘 앞당긴 지난달 23일 조기 폐막했다. 그럼에도 팬들의 성원에 힘을 얻었다 했다. 손열음은 “해외 연주자들 일부 공연이 무산돼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주민들께서 ‘공연장 문 닫지 말라’고 전화 주시며 응원해줬다”면서 “올해 무대엔 실험적 작품도 많았는데 주민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봐야겠지만, 손열음은 올 여름으로 예정된 평창대관령음악제 준비 작업도 한창이다. 올해 주제는 당연하게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손열음은 “재작년, 지난해 음악제부터 베토벤 기념공연을 해왔는데 올해를 위한 큰 흐름으로 볼 수 있다”며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음악가를 기리는 축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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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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