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어깨와 팔꿈치가 요새 들어 자주 아파옵니다. 왜 그러지 하면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생각보다 주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삼시세끼를 준비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상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시세끼를 찾아 먹는 일이 이렇게 고된 노동일 줄이야… 이번 팬데믹으로 새로 깨닫는 삶의 진리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청소년 사역만 하다가 10년 전 갑자기 이민 목회를 시작할 때 가장 큰 문화 충격은 이 삼시세끼 밥 문화였습니다. 신기하게도 빵이나 피자가 식사로 대체될 수 없고 반드시 밥을 먹어야 먹은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 덕분에 주방에서 저는 많은 요리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미국 와서 저의 한식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문화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국에 계신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 모두 이 밥 문화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일까? 저는 그것이 그저 세대 차이겠지 생각했습니다. 자라온 시대와 환경이 달라서 식문화도 다르겠거니 이해하고 넘어 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의 식습관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 있는데 저도 이제는 이 밥 문화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라면이나 버거를 먹을 때면 속이 부글거린다든지 더부룩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 빵이나 우유로 가볍게 식사를 때울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뱃 속에서 빵을 끼니로는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렴하게라도 밥과 김치, 계란, 이렇게 세가지만 먹어도 속이 얼마나 편안하고 든든한지요. 놀랍게도 사십대로 넘어가면서 제 몸이 이 밥 문화가 얼마나 건강식인지를 깨닫게 해주면서 저도 이제는 웬만하면 밥과 김치, 한식쪽으로 삼시세끼를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갈 때마다 깨달아지는 이런 인생의 진리가 그저 신기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변함없이, 기가 막히게 오늘도 식때를 알아 강아지처럼 동그란 눈으로 “밥”을 외치는 두살, 세살, 아홉살 아이들이 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냥 편하게 마카로니 치즈나 콘덕이나 해줄까 하다가 또 양파를 썰고 멸치국물을 우려내 엄마표 한식을 온 힘을 다해 준비해 봅니다. 나의 어머니가 해주셨던 삼시세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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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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