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많이 먹는 8자 형태로 생긴 프레첼이라는 빵이 있다. 바게트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이라면 독일, 스위스에서 주식으로 많이 먹는 빵이 프레첼이었다.
4세기 초 모든 육류와 낙농제품이 금지되었을 때 젊은 수도사가 물과 밀가루, 소금으로 반죽하여 기도의 형태로 처음 굽게 되면서 프레첼은 유럽과 중세시대를 거쳐 16세기에는 사순절의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당시에는 양손을 모아 기도한 것이 아니라 양팔을 교차시켜 손을 반대편 어깨에 대고 팔짱을 낀 것처럼 기도했다. 그래서 팔로 양쪽 어깨를 감싸는 듯한 형태로 빵이 만들어졌고 ‘작은 팔들’이라는 의미인 라틴어(브라셀라, Bracella)에서 독일어 브레첼(Brezel), 오늘날 프레첼(Pretzel)이 된 것이다.
올해는 2월17일 재수요일(Ash Wednesday)부터 4월3일까지가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사순절(Lent)기간이다. 팬데믹 확산 중에 맞이하는 올 사순절은 프레첼을 만들 때 물과 소금, 밀가루가 필요하듯 세가지를 함께 실천했으면 한다.
첫째,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구덩이를 메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물은 빵 반죽의 된 정도를 결정하며 골고루 스며들어 발효와 번식에 도움을 준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파인 곳을 메우듯이 올 사순절은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가족들, 소외되고 그늘진 지역에 있는 이웃의 부족함을 함께 메워주고 채워주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둘째, 소금은 빵의 색과 향을 보존하고 풍미를 더한다. 소금 없이 구운 빵은 납작하고 맛이 없다. 소금은 사람 몸 세포 속에 들어가 염분 1%가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신진대사를 주도한다. 사람은 음식을 안 먹고도 일정기간 동안 살 수 있지만 숨을 쉬지 않거나 소금을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소금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올 사순절은 백신접종과 더불어 팬데믹으로 죽어가고 신음하던 가정과 일터, 지역사회가 다시 생명력이 움트고 살아나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란다. 환대를 의미하는 소금은 로마 군인들의 봉급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봉급(Salary)의 어원이 소금(Salt, 라틴어 ‘Sal’)에서 나왔고 당시 소금에 붙인 세금 때문에 종종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셋째,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하면 끈적임, 응집력이 생기고 소금을 넣으면 끈기가 강하고 탄력있는 밀가루가 만들어진다. 이 세상은 나와 다른 불편한 사람과도 더불어 사는 곳이고 직장은 힘든 사람과도 함께 일하는 곳이고 가정은 연약한 가족들을 끝까지 돌보고 사랑하는 곳이다.
팬데믹 중에 다시 맞이한 올 사순절은 가정과 일터,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걷고 함께 일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절망과 고통의 의미를 깨닫아 사순절(四旬節, 사랑하며 순종하며 절제하는)의 은총을 부활의 생명으로 완성하는 시간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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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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