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전날부터 긴장이 되었던지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예약시간은 7시 15분. 그렇다, 지난 일요일은 바로 백신을 맞는 날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간 병원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입구가 봉쇄되어있고, 입구와 출구가 완전히 분리되어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체온을 재고 여러 질문에 답을 해야 했고, 손을 소독해야 했다. 안내받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3층. 마스크에 플라스틱 페이스커버를 착용한 사람들이 나의 이름과 보험번호를 묻고 질문지를 준다. 그 질문지를 읽어가면서 지그재그로 6피트를 유지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백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질문지를 받아들고 1번부터 읽어내려 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눈물은 어느새 차고 또 차올라 뚝뚝 떨어져 마스크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걸 본 어떤 백인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주신다. “주사가 많이 아플 것 같아서 그러는 거예요? 내 친구들도 맞았는데 맞을 만하대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얼른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아뇨, 주사가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 지난 한해 너무 힘든 시간들을 보냈잖아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놓쳤고, 너무나도 간절히 이 순간을 기다려왔잖아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드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대기하던 많은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씩 하길 시작했다. 그러고는 어떤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셨다. “이 백신이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겠지요”라고.
코비드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가족에게도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 막 ‘친구’라는 개념을 알아가는 큰아들은 친구를 집에 불러 맘껏 놀 수가 없었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하고 뛰기 시작했던 둘째는 공원에 가서 맘껏 뛰어놀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다시 씌워주기 급급했고, 무언가를 만진 손으로 코나 입을 만지지는 않을까 늘 조마조마해 하면서 공원에 머무는 그 짧은 시간에도 수시로 손 소독을 해야 했다. 작년에 직장을 바꾸게 된 남편은 줌으로 미팅을 하고는 자신의 회사에 단 한 번도 출근을 해본 적 없이, 기한 없는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드디어 백신을 맞았다. 이 어두운 터널에도 끝이 있는 걸까. 많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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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라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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